[카다피 死後] ‘오바마식 외교’ 성과 논란… 공화당 “佛英이 리비아 내전 이끌어” 폄하

입력 2011-10-21 18:10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하자 미국 정치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對)리비아 정책에서 성과가 있었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특별 성명에서 “카다피의 죽음은 서방세계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면서 “북아프리카에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임무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군이 지상전에 개입하지 않고 인명 손실 없이 리비아 사태를 사실상 성공적으로 종식시킨 것을 강조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 패권주의’ 이미지를 지양한 오바마식 외교가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엄청난 전비(戰費)가 들고 사상자가 발생하는 지상전을 피하고, 카다피를 잡는 데 11억 달러 정도만 투입했다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긍정적이다. CNN은 카다피 제거가 미국이 아니라 리비아 국민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 백악관은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카다피 사망 직전부터 370억 달러 규모의 해외 리비아 동결 자산에 대한 해제를 시작, 이미 7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CNN 머니는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측 시각은 다르다. 공화당은 리비아 사태 초기부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미지근한 개입에 맹공을 퍼부었었다.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리비아 국민들이 스스로 폭군을 몰아낸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기여한 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프랑스와 영국이 리비아 내전을 이끌었고, 카다피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공습에도 앞장섰다”고 언급, 오바마 대통령을 칭찬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한편 미국이 카다피 죽음을 확인하는 데 ‘얼굴 인식’(facial recognition) 기법을 활용했다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이 기법은 얼굴의 고유한 특징을 일치시켜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때도 사용됐다. 정보분석 요원들이 방영된 카다피 사진과 비디오를 가져다가 이전 사진들과 대조·판독해 ‘카다피가 맞다’는 결론을 내린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공식 확인했다.

미국과 영국 내에서는 카다피 사망으로 1988년 팬암기 폭발 사건의 진실도 함께 묻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테러는 승객과 승무원 270명을 태우고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을 지나던 미국 팬암 여객기가 폭발한 사건이다. 미 수사 당국은 배후로 카다피를 지목했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