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은퇴하는 이철 남서울교회 목사 “미래 위해 교회 젊어져야… 옥한흠 목사 보며 결단”
입력 2011-10-21 17:54
서울 반포2동 남서울교회(이철 목사·64)가 지난 16일 공동의회를 열어 제자들교회 화종부 목사를 홍정길, 이철 목사에 이어 3대 담임목사로 최종 결정했다. 여기에는 ‘65세 조기 은퇴를 통해 교회를 젊게 만들겠다’는 이 목사와 당회원들의 자발적인 결단이 있었다. 20일 오후 남서울교회에서 이 목사를 만나 조기 은퇴 배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조기 은퇴 배경에 대해 이 목사는 “옥한흠 목사와 이동원 목사 같은 분들이 조기 은퇴하는 걸 보고 마음먹게 됐다”며 “나와 남은 삶을 위해, 무엇보다 교회를 위해서도 조기 은퇴가 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생각은 교회 내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올해로 창립 36주년을 맞는 남서울교회는 그동안 남북나눔운동, 여명학교를 태동시켰고 한정국(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정민영(위클리프 세계부대표) 선교사, 강경민(일산은혜교회) 목사 등 굵직한 일꾼들을 배출했다. 이들을 포함한 남서울교회 직분자들은 훌륭하게 사역해왔고, 교회의 주역이 되어 있다. 감히 이들을 따라올 후배들이 없었다.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교회는 ‘전설 같은’ 1세대와 함께 계속 노화돼 왔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5년 전부터 남서울교회는 당회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교회를 젊어지게 할 것인가’ 논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조기 은퇴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이 목사가 3년 전 자신의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장로, 안수집사, 권사들이 자발적인 조기 은퇴 대열에 동참했다. 당회는 물론 전체적인 교회 분위기도 젊어졌다. 이는 성도들, 특히 장로들의 성숙함과 용단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이 목사는 “조기 은퇴에 대해 교회 내에서 반대가 없지 않았지만 교회 리더십(당회)의 결정에 기꺼이 따라줬다”며 “어떤 분들은 조기 은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스스로 시무 연한을 10년으로 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후임 목사로 선정된 화 목사에 대해서는 “전혀 친분이 없다”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목사는 “후임을 세울 때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인위적인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나타나는 것이었다”며 “인위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청빙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다. ‘이러다 산으로 가는 것 아닐까.’ 하지만 성도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청빙위원회가 구성되고 9개월이 지난 지난달, 뜻이 하나로 모아졌다. 청빙위가 올린 최종 인물에 대해 평소 주장이 강하기로 소문난 당회의원들도 이상하리만치 만장일치를 표했다. 공동의회도 전체 580표 중 반대는 4표였다.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 설교를 통해 하나 될 것을 늘 설교했지만 실제로 하나되는 걸 보고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내년 1년간 인수인계를 끝내면 연말에 은퇴한다. 17년간 유지해온 남서울교회 담임목사직을 공식 마무리하는 것이다. 은퇴 후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국피스메이커 사역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피스메이커는 1999년 평양의 고려호텔에서 이 목사가 구상했다. 이후 미국의 피스메이커 사역을 직접 도입했다. 이 목사는 “교회 내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남북통일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한국교회 안에 화평케 하는 능력이 있을 때 남북통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화평훈련을 통해 교회와 사회의 피스메이커들을 배출하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