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이미지 먹칠한 세계미인대회
입력 2011-10-21 17:32
한국에서 열린 세계미인대회에서 성 상납 요구가 있었다는 진술이 외국 여성으로부터 나왔다. 에이미 월러튼이라는 19세 영국 여성이 이달 중순 부산과 대구 등에서 개최된 ‘미스 아시아퍼시픽월드대회’에 참가하려 방한했다가 조직위 관계자들로부터 상을 받으려면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BBC 등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월러튼은 또 주최 측 관계자로부터 성추행도 당했다고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피해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월러튼의 주장이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소용없었고, 참다못해 3명이 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사비를 털어 조기에 귀국했다는 것이다.
대회를 주최한 엘리트아시아퍼시픽 측은 “성 상납 요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성추행 주장에 대해선 여러 후원사 임직원들이 참가자들의 등을 두드리고 어깨를 쓰다듬는 등 한국식으로 격려한 것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했다. BBC에 따르면 엘리트아시아퍼시픽의 로렌스 최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런 일이 생겨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이렇듯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어 아직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월러튼과 함께 조기 귀국한 미스 가이아나 알레사 세퍼드는 월러튼의 페이스북에 “너를 110%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은 커지고 있다. 월러튼 개인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참가자들에게 성 상납을 요구했다면 명백한 범죄다.
경찰은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 시시비비를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월러튼은 자신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조직위 임원이 돈을 주고 무마했다고 했다. 돈을 받은 게 아니고 명함을 주고받은 게 전부라는 경찰의 해명을 믿지만, 이미 경찰의 명예는 실추됐다. 우리나라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이를 회복하는 길은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실 규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