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2차 끝장토론… 정동영·김종훈, 시작부터 가시돋힌 설전

입력 2011-10-20 21:47

국회에서 20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2차 끝장토론회에서는 반대 입장에 선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찬성 입장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사이에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갔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한·미 FTA 비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본부장을 향해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며 맹공을 퍼부은 정 의원은 이날도 김 본부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미국의 위험한 금융상품이 들어올 텐데 위험성을 다 알고 대비를 해놨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한·미 FTA는 ‘한국의 헌법체계와 사법주권을 미국에 바친 것”이라고 언급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4년 전 발언을 거론하며 김 본부장 견해를 묻기도 했다.

김 본부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정 의원 질문에 “홍준표 대표에게 물어보는 게…”라며 즉답을 피한 뒤, 정 의원을 향해 “정부에 계실 때, 제가 협상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비꼬았다. 정 의원이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한·미 FTA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았느냐고 꼬집은 것이다. 그러자 정 의원은 “거짓말 마라.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정 의원은 또 김 본부장에게 “외교부의 문제점은 매사를 워싱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의심스러운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참여정부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같은 당 송민순 의원은 “실체를 갖고 말씀해야지 그렇게 말하면 됩니까. 조직 자체를 매도하면 토론의 성실성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라고 쏘아 붙였다. 송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미래를 감안할 때 한·미 FTA는 필요하다”며 민주당 당론에 배치되는 주장도 내놨다.

한편 찬반 양측은 이번 토론에서 지루한 논리공방을 계속했다. 찬성 측에서는 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 FTA 교섭대표,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이 나섰다. 반대 측에선 송기호 변호사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양측은 토론에서 한·미 FTA의 실익 논란을 벌였고, FTA 효과 산출 방식을 놓고서는 반대 측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이 6%포인트 가까이 증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제표준 모형에 의해 추계한 바로는 10년간 0.08∼0.13% 경제성장 효과에 불과하다(이해영 교수)”고 주장하자, 찬성 측이 “중장기적으로 FTA가 기업간 경쟁, 자본 축적, 생산성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GDP가 5.66%까지 증가할 수 있다(황문연 단장)”고 반박하며 대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공공서비스 개방 정도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 범위, FTA 관세철폐로 인한 세입 축소 문제 등에 대해 찬반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계속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