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또 영장” 法 “수사 미흡”… 신재민·이국철 모두 영장 기각

입력 2011-10-20 18:38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자 검찰이 발끈했다. ‘로또 영장’(원칙 없이 발부 여부가 결정됨을 비꼰 말)이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영장 심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오랜 감정싸움이 재연될 조짐까지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이숙연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새벽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며 두 사람의 영장을 기각했다. 19일 오후 2시30분부터 4시간의 직접 심문, 8시간의 기록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 회장은 검찰청사를 나서며 “대한민국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 드린다”고 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법리적으로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이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윤 차장은 “영장에 적시된 뇌물 1억원 부분의 수사가 부족하니까 채워 넣으라고 하면 이해가 되겠지만 1억원 외에 현금으로 전달된 부분까지 추가로 수사하라는 것은 무슨 얘기냐”고 항변했다.

이어 “영장 혐의 외에 별건 수사를 한다고 기각한 경우는 봤어도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을 더 수사하라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법원이 검찰 수사 방향까지 지휘하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이 회장은 과거 10년간 10억원 이상을 신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카드전표 서명 등을 근거로 법인카드 1억여원을 쓴 것으로 특정해 지난 17일 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기각 사유가) 직무 관련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맞섰다. 법원 관계자는 “피의사실에 대한 보완 수사가 필요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통상적 이유였다”며 “영장에 없는 것을 넣으라는 취지가 아닌데 검찰이 의도적으로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으로 핵심 당사자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해 사건 출구를 찾으려던 검찰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두 사람이 여전히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이 회장 진술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매달 얼마씩 줬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금품수수 추가 입증도 쉽지 않다. 검찰이 이 회장의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던 선수환급금 12억 달러 부정수급(사기), 회삿돈 900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 및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도 영장 발부를 끌어내지 못했다.

검찰은 일단 보완 수사를 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사건 조기 수습을 위해 성급히 당사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