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800억 쓰고 이자 400억… 목포 보해저축의 ‘황당한 탈선’

입력 2011-10-18 18:49

천문학적 불법·부실 대출로 소액 예금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전남 목포 보해저축은행의 황당한 ‘이자 잔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보해저축은 경영 평가에 따른 퇴출을 막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조작, 사채업자들로부터 800억원의 예금을 받아 1년여 동안 400억원을 특별이자 명목으로 지급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호철)는 2009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보해저축에 약 800억원을 예금하고 정상적 이자 외에 특별이자 40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 명동과 강남에서 사채업을 하는 강모(58)씨와 백모(45)씨 등 9명을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네주고 은행 측이 지급한 특별이자 가운데 147억원을 받아 챙긴 전주(錢主) 김모(50)씨 등 71명에 대해서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보해저축 경영진은 2009년 초 금융감독원에서 경영진단 현장조사를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들을 대거 동원해 높은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급전을 조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해저축은 이 과정에서 턱없이 낮은 BIS 자기자본 비율을 순식간에 재무양호 수준인 8%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강씨 등으로부터 800억원을 예치했다. 이후 통상 8∼10%대 정상이자 외에 사채업자들에게 수수료 명목의 특별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 등은 예금호보 대상 한도인 5000만원씩으로 쪼개 친인척 등 수백명의 차명계좌로 입금했다.

검찰은 사채업자들이 자신들에게 수억원씩의 자금을 개별 지원한 전주 71명에게 특별이자 중 147억원을 떼 재분배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보완수사 차원에서 보해저축의 급전 조달과 회계 조작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