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1대 1027 맞교환… ‘팔’에 붙잡혔다 살아온 병사, 샬리트가 26년만에 처음

입력 2011-10-18 22:22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포로 맞교환이 18일(현지시간) 이뤄졌다. 기적 같은 일이 현실이 되자 양측은 뜨겁게 생환자를 환영했다. 25세의 이스라엘 사병은 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테러범들도 생을 다시 찾았다.

◇맞교환 과정=이른바 1명 대 1027명의 포로 맞교환은 새벽에 시작됐다. 2006년 6월부터 팔레스타인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상병 길라드 샬리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태워져 국경 지역 라파로 옮겨졌다.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 도시다.

샬리트를 처음 넘겨받은 나라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집트였다. 맞교환을 중재한 이집트가 이의 실행에도 직접 관여한 것이다. 이집트 당국자는 샬리트를 확인한 뒤 이스라엘에 “그가 맞다”고 알려줬다. 이어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샬리트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공식발표했다고 AP·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의 공식발표가 있은 직후 팔레스타인 수감자 477명의 석방이 시작됐다. 이들 역시 새벽부터 버스에 태워져 이집트 국경과 서안 방면으로 이송돼 석방을 대기하고 있었다. 477명 가운데 296명은 이집트 국경을 거쳐 가자지구로 옮겨졌고, 117명은 서안 지역으로 송환됐다. 40명은 터키 시리아 카타르 등으로 추방됐고, 나머지는 동예루살렘 등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1027명 가운데 남은 550명은 두 달 안에 석방된다.

◇뜨거운 환영=이집트 TV에 3∼4초간 포착된 샬리트는 핏기 없는 얼굴에 마른 모습이었다. AFP는 “그가 유쾌해 보였다”고, AP는 “멍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샬리트가 건강하다고 밝혔다. 이집트 TV는 그와 미리 인터뷰를 해 녹화한 영상을 내보냈다. 샬리트는 “기쁘고 떨린다. 가족이 몹시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는 헬리콥터를 타고 이스라엘 중부 공군기지로 이동해 부모와 감격적으로 해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 자리에서 그를 맞았다. 팔레스타인에 붙잡혔다가 살아 돌아온 병사는 26년 만에 샬리트가 처음이다.

석방된 팔레스타인들도 가자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환영 집회에는 가자 시민 20만여명이 참석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여러분의 희생과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병사 1명을 살해해 25년 동안 수감됐다 풀려난 압델 라티프의 형은 “숨막힐 정도로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역할=중재자로서 이집트의 역할이 이번 포로 맞교환에서 부각됐다. 민주화된 이집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집트 측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양측 관계자는 말했다. ‘아랍의 봄’도 이스라엘이 포로 교환 협상을 서두르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이날 오전 이스라엘 대법원은 테러범의 석방을 중단시켜 달라는 테러 희생자 측의 청원을 기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테러 희생자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이번 일을 통해 이스라엘 전체가 당신들의 아픔을 껴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