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18)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 “LTE 서비스, 늦었지만 품질은 세계 최고”
입력 2011-10-18 21:43
18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난 표현명(53)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대뜸 양복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빨갛고 납작한 게 꼭 여성들이 쓰는 화장품 케이스 같았다.
“이 제품이 바로 새로 나온 ‘콤팩트 에그(Compact Egg)’입니다. 디자인에 신경 썼지만 기술(배터리 용량 8시간30분)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죠.” ‘에그’는 스마트폰에서 와이브로 4세대(G)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다. 표 사장은 이 제품에 스티브 잡스 전 애플사 최고경영자(CEO)가 생전에 강조했던 ‘디자인 퍼스트(Design First)’의 개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예전 산업화 시대에는 기계가 먼저고 디자인은 맨 나중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 콘셉트를 먼저 만들고 그 안에 기술을 구겨 넣는 시대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듯이.”
표 사장은 동년배이기도 한 잡스를 가장 존경한다.
“커스토머 인사이트(Customer Insight·고객에 대한 통찰)를 끌어내는 능력 면에서 잡스의 혁신정신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제 좌우명인 ‘See different, Think creative(다르게 바라보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라)’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죠.”
열정적 ‘트위터리언’으로 유명한 그의 트위터 인사말 역시 ‘See different, Think creative’다.
“트위터를 통해 생각지 못했던 고객들의 생생한 니즈를 들음으로써 KT가 빠른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KT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독도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게 된 것 역시 표 사장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지난 광복절에는 한 트위터리언의 제안에 따라 독도의 SSID(무선공유기 사용 시 네트워크 이름)를 ‘olleh_Dokdo’로 바꾸고 모든 고객에게 개방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꼽는 표 사장의 혁신 중 또 하나는 바로 지난 7월 도입된 ‘페어 프라이스제도’(휴대전화 가격 정찰제)다.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인 판매 장려금을 없애고 출고가를 그대로 제시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자는 취지에서 KT가 유통구조에 일종의 수술을 가한 것이다.
물론 반발도 많았다. 특히 장려금과 수수료를 관행적으로 받아오던 대리점들은 참여를 꺼렸다. 꾸준한 설득밖에 방법이 없었다.
“가격 흥정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대리점 직원들이 그 시간에 페어 프라이스를 통해 더 많은 양의 휴대전화를 팔게 됐어요. 정찰제에 믿음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그 바탕에 있었고요.”
그 결과 제도 시범운영 기간인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총 38종의 단말기 출고가가 평균 14만3000원 인하되는 성과를 거뒀다. ‘매장은 가격 흥정소가 아니라 체험과 서비스의 공간’이라고 평소에 주장하던 표 사장의 집념이 통한 결과였다.
표 사장의 별명은 뜻밖에도 ‘양재천 사진작가’다. 사진기를 들고 동네 풍경을 찍기 시작한 취미가 어느덧 특기로 자리 잡았다. 그가 아이폰4로 직접 찍었다며 사진 한 장(사진)을 내보였다.
“일반 카메라로도 찍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더 많이 찍고 있어요. 좋은 사진을 만들기엔 스마트폰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아요.”
KT는 다음 달 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LTE 서비스를 출시해 상용화에 들어간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 비해 준비가 더딘 이유를 물었다.
“광고를 많이 한다고 해서 결코 제대로 된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오히려 KT는 세계 최초로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를 적용해 세계 최고 품질의 LTE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네트워크에 클라우드 개념을 도입한 CCC 기술은 지난 2월부터 안양 지역을 시작으로 서울의 강남·명동·종로 등에 적용해 실제로 서비스 품질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표 사장은 “지난 7월 수해로 인해 발생했던 강남지역 정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KT의 CCC 기술은 이미 와이브로와 3G 네크워크에 적용돼 최적의 데이터망으로 검증된 바 있다”며 “앞으로 LTE에서 KT의 선전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표현명 사장은
△1958년생(서울) △경복고 졸업 △고려대 전자공학과 석·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연구원 △2000년 KTF 기획조정실장(전무) △2004년 KTF 마케팅부문장(부사장)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전무) △KT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 △2010년 KT 개인고객부문장(사장)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