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재정위기 극복…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된다

입력 2011-10-18 17:26


주식은 사실 심리와 펀더멘탈이 서로 주고받는 시소게임과 유사하다. 주가에는 마치 중력처럼 결국 펀더멘탈로 향하려는 고유의 힘이 작용한다.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태생적 불안정성과 급속한 세계화, 그리고 규제완화에서 비롯됐다. 과거 수십년을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의한 효율적 자원배분과 불균형의 자동조절기능에 기초하고 있다. 유로화는 이 자동조절기능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부여했다. 유로화의 수혜를 입는 국가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국가를 도와야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가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균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위기도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석학들은 극복 이후의 경제가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월가의 시위는 규제완화로 인한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고,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의 심화에 반대한다.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모든 문제가 시장에 의해 해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정부는 시장이 원하는 정책서비스를 공급하고, 시장이 실패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역할만 담당했다.

하지만 리먼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는 과도한 규제완화와 유동성의 과잉공급이 부른 현상이다. 부채에 의한 과도한 소비가 번영의 시대를 견인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지금 발생한 위기는 투자가들이 채무자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우려해 더 이상 자금을 빌려 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유동성 부족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지불능력 부족이다.

그간 과도한 유동성에 중독돼 있던 세계 경제는 갑자기 나타난 유동성 부족에 금단현상을 겪고 있다. 양극화·고령화·신용축소와 더불어 소비가 위축되고 있고, 이는 결국 중기적인 저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성장에 익숙한 투자가들은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으로 저항하고 있고, 양극화로 어려워진 대다수 중산층은 거리에서의 시위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부유층의 자발적 납세와 기업의 고용·투자촉진이 양극화 완화 노력으로 제시될 것이고, 규제강화와 탈세계화가 진행될 것이다. 각국의 정책은 자산거품의 제거와 실물경제 회복을 목표로 추진될 것이다. 기업에는 이전과 다른 사회적 책임이 요구될 것이다. 금융기관에도 정부에도 돈이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 기업은 2조 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가와의 연관성이 궁금해진다.

채승배 HR 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