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자산관리 낙제점] 평균 연봉 9800만원 ‘신의 직장’ 인데… 이익 못내는 한국투자공사
입력 2011-10-18 18:42
“달러 먹는 괴물이다.”
민주노동당은 2009년 한국투자공사(KIC)를 이렇게 표현했다. 해외 자산운용의 전문성 확립을 위해 세워진 기관에게는 ‘모욕’과 다름없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국가자산 증진이라는 설립 비전과는 달리 막대한 투자손실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으로 평균연봉이 9800만원에 달하는 ‘신의 직장’인 KIC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직접 투자에 실패하며 몸값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KIC는 2009년 국회 업무보고에서 40억 달러(6조원)가 넘는 대외 투자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달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KIC의 투자 손실은 더욱 뼈아프다. 대표적 손실은 2008년 메릴린치 투자 건이다. KIC는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이듬해 메릴린치는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BOA(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됐다.
현재 KIC는 BOA 주식을 갖고 있지만 투자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누적 투자수익률은 -74.9%. 3년여 동안 투자 원금에서 14억9700만 달러(1조7650억원)를 까먹었다. KIC는 BOA로부터 받은 배당금 1억4500만 달러 가운데 7840만 달러를 올해 7차례에 걸쳐 BOA에 재투자하는 ‘물타기’를 하다 손실 폭만 키웠다.
결국 감사원은 홍석주 전 KIC사장에게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KIC는 법률검토 결과 실익이 없다며 포기했다. 막대한 투자 손실에 대해 사실상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셈이다.
KIC는 2005년 외국환평형기금으로부터 1000억원을 출자 받아 출발했다. 지난 7월말까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410억4000만 달러를 위탁받았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과 맞물리면서 세계적인 국부펀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 아래 만들었지만 은행 정기예금보다 못한 연평균 3.98%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