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LPGA 그린, 이제는 ‘독야 최청’… 최나연·청야니 2강 구도 재편
입력 2011-10-17 20:25
둘은 절친한 친구이지만 필드에서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같은 아시아출신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최근 한 주씩 번갈아 가며 1, 2위를 차지했다. 최나연(24·SK텔레콤)과 청야니(22·대만) 얘기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와 세계 4위 최나연은 올 시즌 LPGA 투어를 양강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해는 최나연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했고 청야니는 올해의 선수상과 세계랭킹 1위를 덤으로 얻었다. 1m68의 같은 신장이나 파워면에서는 청야니가 조금 앞선다. 파워의 척도인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올 시즌 청야니가 평균 268.6야드로 1위인데 비해 최나연은 평균 254.9야드(30위)다.
두 대회에 승부가 1타차로 갈릴 만큼 이들의 싸움은 샷이 아니라 정신력에서 가려졌다. 16일 끝난 말레이이아 사임다비 대회 4라운드에서 이들은 4차례나 공동 선두를 기록하며 근래 보기드문 접전을 펼쳤지만 17번홀(파3)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버디를 잡은 최나연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최나연은 “15번홀에서 앞서 가던 청야니가 버디를 해 공동 선두가 됐을 때 엄청난 부담감이 몰려왔지만 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고자 노력했고 결국 해냈다”고 말했다.
한 주전 영종도 스카이72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는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던 청야니가 1타차의 승리를 안았다. 청야니도 처음보는 2만3000명 갤러리의 일방적인 응원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결국 이겨냈다.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청야니는 자신의 무기는 드라이버샷이 아니라 강한 멘탈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최근 방한 회견에서 지난해만 해도 마지막날 쉽게 무너지곤 했던 청야니가 올들어 강한 멘탈로 무장했다며 그의 변신에 혀를 내둘렀다.
청야니와 최나연은 미국에서 같은 멘탈 코치를 두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멘탈 전문 교육기관 ‘비전 54’의 설립자 린 매리어트와 피아 닐슨에게 배우고 있다. 최나연의 기분전환 비결은 ‘기분이 다운될 때 가슴을 펴고 걷고, 말을 크게 하는 것’인 반면 청야니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화가 나도 웃어버리며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시즌에 서로 집을 오가는 것은 물론, 청야니가 자주 최나연 집에 들어 한식을 얻어먹는다는 최나연의 아버지 최병철(46)씨의 귀띔이다. 이들은 또 대회를 앞두고 긴장감을 풀기위해 호텔 농구장에서 농구를 즐기는 사이다. 이때는 김송희(24)가 함께 한다고 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