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혐의 전면 부인… 재판부 “돈 전달만으로 범죄 성립”
입력 2011-10-17 21:27
후보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사전협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익이 제공되면 범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곽 교육감의 실무협상 사전인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17일 열린 공판에서 곽 교육감은 “지난해 5월 선거 이전과 이후라도 포괄적 의미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연두색 수의를 입고 수척한 얼굴로 법정에 들어선 곽 교육감은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善意)로 2억원을 건넸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에 대한 법 해석을 위해 교과서 등을 찾아봤다”며 “약속의 유무와 상관없이 돈을 전달한 사실만으로 범죄행위는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내 선거법 해석뿐 아니라 같은 조항이 있는 일본의 법 해석과 판례까지 예로 들었다.
재판부는 다만 “이 해석을 따르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법 해석은 바뀔 수 있으니 교과서 등에서 이런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 변호인 측의 해석을 알려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핵심 쟁점은 대가성 여부이고, 사전협의 사실은 수반된 쟁점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가 제공받은 서울시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직이 후보 사퇴의 대가라고 할 만한 것인지도 쟁점이었다. 곽 교육감 측 김칠준 변호사는 “부위원장직은 위원들이 호선으로 뽑는 것이어서 직을 제공했다는 검찰의 공소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 측도 “무보수 명예직인 부위원장이 무슨 대가이냐”고 반문했다.
곽 교육감은 모두진술에서 “제 등 뒤에서 ‘어떻게 2억원이 선의의 부조냐’라는 비아냥이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라며 “진실이 오해보다 강하고 선의가 범의보다 강하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 드러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소 후 처음 입을 연 박 교수는 “곽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못하게 된 상황이 오게 된 것에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곽 교육감이 당선 후 정책연대를 파기하는 등 이해할 수 없게 저를 대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엔 신뢰를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곽 교육감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달 1일 열린다. 재판부는 집중심리제도를 통해 올해 안에 선고를 내릴 방침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