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진통] 4시간 만에 끝난 끝장토론… 반대측, 토론 진행방식에 항의 퇴장
입력 2011-10-18 00:46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끝장토론’이 17일 국회에서 열렸지만 토론에 참석한 반대 측 전문가들이 토론진행 방식에 항의해 퇴장하면서 중도 무산됐다. 양측 이견을 좁히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중심으로 찬반 전문가 4명이 참석했지만 4시간여 만에 결국 실패로 끝난 것이다.
찬성 측에선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와 이재형 고려대 법대 부교수가 나왔고 반대 측에선 FTA 번역 오류 문제를 제기했던 송기호 변호사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이 참석했다.
◇쟁점 이견 팽팽=양측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최 대표는 “한·미 FTA는 참여정부 때부터 해온 국가적 프로젝트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인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반면 정 원장은 “한·미 FTA는 미국 경제는 살릴 수 있지만 한국에는 미국 경제의 위기를 전파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이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했다.
오전에 주제 5개 중 개성공단 제조 상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와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한·미 FTA의 양국 내 법적 효력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개성공단 제조 상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와 관련, 최 대표는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도 포함돼 있어 (반대 측의 독소조항이어서) 재재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며 “FTA 발효 1년 후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하고 회의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원장은 “역외가공위원회에서 논의할 순 있지만 미국 의회의 입법적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양국 내 FTA 비준동의안의 법적 효력과 투자자·국가 제소권 문제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송 변호사는 “한국의 법률은 한·미 FTA가 국내법과 같지만 미국은 국내법과 주(州)법에 비해 낮은 위치에 있다”며 “ISD로 인해 한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ISD는 (한·미 양국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며 “한·미 FTA가 미국에서 국내법보다 하위라고 말한 것은 미국법 체계에 대한 오해”라고 맞받았다.
◇토론 무산, 강행 처리로 가나=오후 2시 토론이 속개되자 정 원장은 “토론의 전제조건으로 ‘여야 합의 없이 종결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는데 오전 회의에서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했다”며 송 변호사와 함께 2시반쯤 토론장을 떠났다. 토론 진행 방식도 불만이지만 그보다는 정부·여당 측이 이번 토론을 빌미로 삼아 “토론 다 했으니 비준하자”고 나올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통위 소위원장으로 토론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방송 생중계 때문에 시간을 3분으로 제한했던 것이고, 오후에 5분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퇴장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결국 회의는 3시반쯤 끝났고, 유 의원은 “18일 소위에서 오늘 토론된 내용을 논의하고 추가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당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끝장토론 무산 후 18일 2차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성사되지 못했다. 유 의원은 “오늘 반대 측에서 끝장토론 재개를 위한 조건을 제시해왔으나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행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나래 유성열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