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배금자] 내 마음 닦기
입력 2011-10-17 17:49
“콘텐츠 없는 후보보다 경륜과 지혜가 출중한 후보를 선택할 기회가 많았으면”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대법관 올리버 웬델 홈즈 2세가 92살이었을 때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친구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다가와서 “뭘 하고 있어요?”라고 물었다. 홈즈 대법관은 웃으며 “Improving My Mind(내 마음을 닦고 있는 중)”라고 말했다. 이때 홈즈 대법관이 읽고 있던 책은 플라톤에 관한 책이었다고 한다. 홈즈 대법관은 기독교는 물론,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에도 조예가 깊었다. 위대한 대법관이 나이 90이 넘어서도 마음을 닦는 일에 몰두하고 인문고전을 읽는 모습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였다. 필자가 1998년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도서관에 걸려있는 홈즈 대법관의 초상화를 마주할 때마다 그 정신적 깊이에 압도당한 경험이 있다.
인간이 평생 추구할 목표로 영적인 성장과 자기 개발을 최우선으로 놓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많다. 종교적인 생활을 하거나 인문고전을 많이 읽으면 이러한 삶의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고 한다. 종교교육자 올리버 밴 드밀은 ‘토머스 제퍼슨의 위대한 교육’에서, 과거에는 영적으로 부유한 부모들이 가정교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지만 현대의 부모들은 정신적 생활이 유실되어 자녀가 단지 경쟁에서 이겨 세속적으로 성공하는 것만을 바랄 뿐이라고 개탄하였다. 그러면서, 성경이나 비슷한 무게 있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은 계속 텅텅 빌 것이므로, 윤리와 인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수년전부터 인문고전의 열풍이 다시 번지고 있다. 작가 이지성이 쓴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는, 역사상 무수한 천재들은 어릴 때부터 인문고전을 독파한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개인은 물론 가문과 나라의 운명을 확실히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녀교육법’으로 유명한 독일의 칼 비테의 아버지가 지능이 떨어진 아들에게 인문고전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하여 세계적 천재로 만든 사례는 유명하다.
빈자계급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과정인 클레멘트 코스의 창립자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인문학 학습을 통해 빈민들에게 성찰적 사고능력을 길러주고 민주주의 사회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하면서, 빈곤문제의 해결책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도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가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인문고전을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치열한 독서법을 고수했다.
인문고전을 통해 창의성과 휴머니즘의 인격을 구비하고 인류에 큰 기여를 하는 사람들의 예도 많다. 세계 최고의 부자반열에 있는 빌 게이츠는 1만4000여 권에 이르는 장서를 보유한 독서광이다. 그는 자신이 성공한 이유가 날마다 새롭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퇴한 하버드대학의 졸업장을 늦게나마 받았지만, 그는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일본 최고의 부자인 재일교포 손정의는 젊은 시절 만성간염으로 3년간 병원에 입원한 기간에 손자병법 등 인문고전을 읽었다. 그 후에도 어려운 고비 때마다 인문고전을 악착같이 읽었는데 그렇게 읽은 책이 약 4000권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깊은 내공과 인격, 능력을 보유한 지도자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선거철마다 콘텐츠 없이 표심을 구하는 후보보다는 인생 경륜, 세상을 향한 사랑, 지혜와 내공이 출중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이 가을에 인문고전의 숲에 들어가 보자.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석학 모로하씨 데스지는 ‘공자 노자 석가’라는 책을 100세때 저술했다. 100세가 될 때까지 인문고전을 읽고 동양이 낳은 위대한 세 성인의 사상을 한 권의 책으로 전달하는 일을 하는 그 열정을 닮고 싶다. 그리고 내 인생의 우선순위도 ‘마음 닦기’에 놓고 싶다.
배금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