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려니…’ 방치하면 어깨 질환 악화

입력 2011-10-17 17:33


중년에 찾아오는 통증 ‘견봉하 점액낭염’

택시기사 이모(45)씨는 요즘 어깨에서 소리가 나고 움직일 때마다 아파 고생하고 있다. 오십견이려니 하고 여겨 방치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 탓이다. 결국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급기야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가 내린 진단은 뜻밖에도 오십견이 아니라 ‘견봉하 점액낭염’이란 어깨 질환이었다.

견봉하 점액낭염이란 쇄골의 끝과 팔 뼈가 이어지는 어깨관절 주위의 근육과 뼈의 마찰을 방지하는 물주머니(점액낭)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중년의 나이에 어깨 움직임에 제한이 따르고, 통증을 느끼게 되면 누구나 오십견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어깨 부위는 여러 개의 근육과 인대가 어깨 관절을 지지하고 있고, 이중 어디 한 군데만 이상이 생겨도 오십견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가장 쉬운 판별법은 팔을 들어올릴 수 있는지 여부다. 안양튼튼병원 관절센터 배주한 원장은 “오십견이 팔을 아예 들어 올릴 수 없는 반면 견봉하 점액낭염은 통증이 있어도 팔을 들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팔을 머리 위쪽으로 완전히 들어 올리면 통증이 사라지는 이유는 문제의 점액낭이 견봉 밑으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견봉하 점액낭염은 대개 무리한 팔 운동 등으로 어깨를 과도하게 쓴 뒤 근육에 상처가 생기거나 힘줄이 탄력을 잃게 되면서 발생한다. 일단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면 어깨가 붓고, 열이 나며 통증도 나타난다. 통증은 어깨 관절을 안팎으로 회전시킬 때 나타나고,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더불어 견갑골(날개 뼈)을 움직일 때 어깨 부위에서 ‘투둑’ 하는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다.

어깨관절의 점액낭염은 초기일 경우 일상생활 중 실천 가능한 보존요법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집에서는 우선 되도록 어깨를 움직이지 말고 냉, 온 치료를 하거나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환부 주위 얼음 마사지는 하루 3∼4회 정도 시행한다. 또 따뜻한 욕조에 몸을 어깨까지 담그는 목욕은 15분 정도가 적당하다. 어깨가 심하게 부었을 때는 어깨를 심장보다 높은 곳에 놓이도록 신경 쓴다. 그래야 붓기를 줄이고 염증에 의해 점액낭에 다시 물이 차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치료를 소홀히 해 염증이 만성화되는 상태로 변할 경우 점액낭 자체가 두껍게 부어올라 어깨 관절에 붙어버리는 ‘관절낭염’은 물론, 심지어 어깨 관절염 및 힘줄 손상(회전근개 파열)으로 발전되는 경우다. 이때는 약물치료 등 보존요법만으로 증상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수술로 자꾸 염증성 물이 차는 점액낭을 제거하거나 찢어진 어깨 회전근개 힘줄을 복원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은 어깨 관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틈으로 관절 내시경을 넣어 환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진료과장 금정섭 박사는 “점액낭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어깨를 휘두르는 동작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며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야구나 수영같이 어깨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어깨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늘 같은 자세로 어깨나 목 근육에 긴장이 심한 운전자나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쁜 자세가 지속되면 한번 생긴 점액낭염이 잘 낫지 않고 계속 재발해 습관성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앉아서 작업을 할 때는 목을 곧게 펴고 전방을 30도 상하로 응시하는 자세가 좋다. 또 30분마다 한번씩 의식적으로 어깨나 목을 움직여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점액낭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