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개발 기밀 공개” 압박… 사우디 ‘대사 암살 기도’ 안보리 회부
입력 2011-10-17 00:2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란이 핵무기 기술을 개발·실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밀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반대해 온 이란 중앙은행과의 금융거래 금지, 서방국가들이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회사들이 판매하는 원유 구입을 못하게 하는 조치 등도 검토되고 있다. 이란 민간은행과의 금융거래 금지는 이미 시행 중이다.
이러한 미 정부의 조치들은 이란의 주미 사우디아라비아대사 암살 기도를 공개한 데 이어 이란을 더욱 고립시키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기밀 정보가 공개된다면 ‘아랍의 봄’ 사태로 잠복됐던 대이란 핵개발 중단 압박책을 강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우방국들 간 논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 정부의 방안들은 상당한 정치적 및 경제적 위험을 안고 있다. IAEA의 유키야 아마노 사무총장은 지난달 이란이 핵 폭파장치와 탄두를 개발 중임을 시사하는 민감한 자료들을 공개할 것을 거론했다. 하지만 최근 그와 만난 IAEA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되면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거의 유일한 정보 통로인 IAEA 사찰단이 이란에서 추방되거나 사실상 활동을 못할 가능성을 그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부정적인 입장도 걸림돌이다. 이란의 무역 상대국 중 특히 이들 국가는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것은 효과 없는 전략이라며 추가적인 원유 및 금융제재에 반대해 왔다. 미국의 우방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은 이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미 재무부가 이란 민간은행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한 이후 이란 중앙은행에 석유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이란의 석유 수출 제한 조치가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제재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이란의 석유 수출금지 조치는 국제 원유가를 급등시켜 미국과 유럽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미국 주재 자국 대사의 암살 모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했다. 이는 이란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란은 주미 사우디대사 암살 기도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미 정부의 발표에 더욱 강하게 반박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TV가 중계한 연설에서 “(미국의 주장은) 이란 국민들에 대한 무의미하며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