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17번째 우승 빛과 그늘] 대기업조차 일부 직종만 기술인력 선호

입력 2011-10-16 18:50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기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기술인들이 사회에 나와 전공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고졸 출신 기능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한 데다 대기업도 전기·전자 등 일부 직종에서만 기술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숙련공 부족, 기술 인력의 노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 수상자나 업계 전문가들은 학력차별 없이 실력 있는 기술자들이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한 수상자는 산업현장과 괴리된 기술교육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실제 우리 산업현장에서 쓰는 기술과 기능올림픽 때 평가하는 기술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또 “상은 탔지만 현장에선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어렵게 익힌 기술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를 1년 앞두고 평가 기술과 기준이 바뀌는 바람에 6개월 이상을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보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문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마이스터고가 지난해 처음 문을 열었지만 현재 산업체 채용 약정 인원은 2590명으로 한 학년 정원의 70% 수준이다. 지난해 특성화고 취업률은 19.2%에 그쳤다. 이를 2013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교과부 평생직업교육관 관계자는 “기술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려면 고등학교에서 현장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의 협력이 절대적”이라며 “재학 중 실습 기자재와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적극 채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기업도 생산현장 기술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 비인기 분야에서는 금메달을 따더라도 일할 곳을 찾는 게 어려운 현실이다.

‘대학을 가야 성공한다’는 인식도 기술 인력의 사회진출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종필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술 숙련공들이 출전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는데도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학력차별이 심한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우리 사회가 서비스업, 금융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되다 보니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술직 종사자들의 처우가 뒤처지고 있다”며 “기업은 기술직 종사자, 특히 실업계고 졸업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와 함께 전반적인 교육개혁, 산업구조 재편도 함께 논의해 실력 있는 기술자들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김수현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