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전설 故 최동원·장효조 감독… 명예의 전당서 만나고 싶다
입력 2011-10-16 18:11
지난 9월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과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1주일 간격으로 세상을 뜨면서 ‘야구 명예의 전당’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올해 프로야구가 30주년이 됐고 600만 관중을 사상 첫 돌파하면서 명예의 전당에 대한 공감대가 야구계를 넘어 팬들 사이에서도 형성된 것이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고 최동원 감독의 빈소에서 “건립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현재 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그동안 KBO는 건립이 어려운 이유로 부지 선정의 어려움을 꼽았다. 하지만 최근 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유치 경쟁까지 붙은 상태다.
인천시는 지난달 KBO에 문학구장 외야석 뒤편 부지에 125억원을 들여 4층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뒤질세라 부산시도 최근 3년간 프로야구 관중 23%를 유치한 ‘야구 도시’라는 점을 앞세워 KBO에 건립 의사를 밝혔다. 부산은 100억원을 들여 사직구장 주차장 부지에 3층 건물을 지은 뒤 운영비도 일정기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함께 서울시도 잠실구장 지하를 명예의 전당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KBO에 전달했다. 단 리모델링 및 운영 비용은 KBO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앞다퉈 부지는 물론 건물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야구 명예의 전당이 바로 건립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해영 KBO 사무차장은 “야구 명예의 전당을 어디로 정할지는 이사회에서 신중히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문제는 야구 명예의 전당에 필수적인 박물관을 만드는 게 초기 야구 관련 자료의 소실 등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 명예의 전당과 관련해 대부분의 팬들은 뛰어난 선수들을 선정해 헌액(獻額)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사례에서 보듯 야구 명예의 전당은 기본적으로 야구와 관련된 기념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즉 박물관을 만들려면 야구 관련 자료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초창기 자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의 문제인 것이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상당수 없어진데다 그나마 남아있던 것들조차 사라지고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사람들도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OB와 LG 감독을 역임한 이광환 야구발전연구원 원장이 1995년 사재를 털어 야구 관련 자료나 물품을 모아 야구 박물관을 만든 것이 처음이자 사실상 유일하다. 이후 이 원장의 소장품 3000여점을 바탕으로 서귀포시는 1998년 ‘한국 야구 명예전당’을 개관했다.
사실 KBO와 대한야구협회(KBA)도 수년 전부터 야구박물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번번이 중도에 무산됐다. 올들어 KBA는 야구박물관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초기 자료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위원회라고 해봤자 실상은 야구 원로 2명이 지난 5월부터 야구단 역사가 깊은 학교를 찾아다니거나 관계자들을 만나 파악하고 있는 정도다.
홍승일 야구박물관 추진위원회 위원은 “그동안 해방 직후에 사용된 야구공, 50년대 사용됐던 스파이크와 글러브, 57년 이승만 대통령이 시구하는 사진 등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 150여점을 찾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렇게 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겠다”면서 “야구계에서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야구박물관 건립은 너무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광환 원장도 “지금이라도 야구 명예의 전당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다행이다”면서 “다만 최동원과 장효조 감독의 타계로 촉발된 논의가 이번에는 제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