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MB 연설 45분간 45차례 박수… 외국정상 중 최다
입력 2011-10-14 18:43
13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 행사는 오후 7시7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가 영빈관 정문 앞에 나오면서 시작됐다. 곧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기념촬영을 한 뒤 두 부부는 3층 비공식 접견장으로 옮겼다. 20분 뒤 다시 2층 리셉션 장소로 이동할 때는 ‘아리랑’이 연주됐다. 오후 8시19분 ‘블루룸’에서 시작된 만찬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바마 대통령은 ‘정(情)’을 얘기했다.
◇국빈만찬=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오늘 정상회담 오찬 의회연설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 대통령) 별명이 불도저인 데는 이유가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과 나는 운이 좋아서 배우자를 아주 잘 만났다. 이 대통령님, 이럴 때 미국에선 아내 덕에 신분상승을 했다고 한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미국에선 정을 한국 교포사회에서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론 하와이에서 정을 경험했다”며 한·미 동맹의 핵심을 정이라 표현했고, 한국어로 말한 ‘정’은 만찬장에서 별다른 통역 없이 통용됐다. 이 대통령도 답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동양적인 좋은 정을 함께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 얘기를 많이 해서 한국 교사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아주 좋아한다”고 농담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겸손해 보이고 속은 매우 강하다. 특별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두 정상 내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한국계 배우 존 조와 로버트 킹 미국자동차노조 위원장 등이 앉았다. 이 대통령은 킹 위원장을 보면서 “여기 오신 걸 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자동차산업에) 도움이 되리란 걸 잘 이해하시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상·하원 연설=이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약 45분간 45차례 박수를 받으며 예정했던 30여분을 훌쩍 넘겼다. 45차례 박수는 오바마 정부 들어 이 연설을 한 외국 정상 중 최다 기록이다. 이전에 가장 많았던 박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26차례였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연설문 최종 독회 때 프롬프터까지 설치하고 초 단위로 시간을 맞추는 연습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장에 들어서서 단상에 오르기까지 약 3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퇴장 때는 악수하며 지나가는 이 대통령에게 의원들이 연설문 원고 위에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연설 중 기립박수는 북한의 핵 포기를 강조할 때와 참석한 의원 중 한국전 참전용사인 존 코니어스, 찰스 랭글, 샘 존슨, 하워드 코블 의원을 거명하며 감사를 전할 때 등 3차례였다. 이 대통령은 연설 도중 즉석에서 한국전 참전 의원들에게 영어로 “You are still young. You look a young boy.(여전히 젊어 보인다. 소년 같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차녀 승연씨와 함께 귀빈석에서 연설 모습을 지켜봤다. 승연씨는 “이 대통령 가족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미국 측 초청으로 동행해 국빈만찬에도 참석했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내외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주최한 오찬에선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와 같은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워싱턴=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