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작가가 심취했던 허초희의 삶… 1회 혼불문학상 영예 ‘난설헌’
입력 2011-10-14 17:33
조선 중기 여류시인 난설헌 허초희(1563∼1589)의 삶을 소설로 옮긴 장편 ‘난설헌’(다산책방)은 제1회 혼불문학상 당선작이다. 당선자는 76세 최문희(사진)씨. 국내 문학상 공모 사상 최고령 당선이다.
2009년 여름, 강원도 강릉의 허난설헌 생가를 답사한 데 이어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 그는 서울 진관동 자택에 틀어박힌 지 1년2개월 만에 소설을 완성했다. “고택의 문턱을 넘는 순간,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백일홍나무였어요. 8월 땡볕에 만개한 백일홍은 너무 방만했고 너무 요염했지요. 백일홍과 난설헌. 나는 한동안 그 생각에서 놓여나지 못했지요. 백일홍의 이미지와 난설헌의 분위기가 엇박자를 튕기며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줄기로 매김질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경남 산청 태생의 작가는 10세 때 상경해 숙명여중·고를 거쳐 서울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 동기였던 오홍석(76) 전 동국대 지리교육과 교수와 결혼해 2남1녀를 키우다 38세에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11년 만에 기관지염 때문에 학교를 떠난 그는 50세를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소설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문재(文才)는 여고 1학년 때 나타났다. 국어교사이던 소설가 전광용의 추천으로, 월간지 ‘여성계’에 콩트를 실었던 것. 대학 시절엔 시인 지망생이었다.
오십이 넘어 문학에 재도전하면서 장르를 소설로 바꾼 그는 53세이던 88년 단편 ‘돌무지’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늦깎이로 등단했다. 상복은 이어졌다. 91년 KBS의 중편소설 공모에 당선됐고 환갑이던 95년엔 제4회 작가세계 문학상과 제2회 국민일보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그 해에만 상금이 1억2000만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쉽게 잊혀졌다. 그러다 붙든 게 ‘난설헌’이었다. 최근 혼불문학상 응모작 227편 가운데 그의 작품은 단연 돋보였다. “내 한문 실력이 모자라는 부분은 남편이 보완해주었고 고물 컴퓨터가 기우뚱거릴 때마다 아이들의 손을 거쳐야 했지요. 이 소설은 나 혼자만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닙니다. 자료 수집에서부터 가족들의 협조로 조립된 작품이었기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