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황세원] 김석동 또 ‘입으로 정책’… 시장·소비자는 어지럽다
입력 2011-10-13 18:56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신용카드사들에 “가맹 수수료를 알아서 내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중소형 카드 가맹점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것에 대한 호응으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씁쓸함이 앞선다. 최근 김 위원장이 추진 계획을 밝혔다가 번복한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 허용’ 방침의 연장선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입으로 하는 정책’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종합감사 자리에서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다음 달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포함시키기 위해 추진 중이었던 사안”이라고 확인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음식점 업주들과 소상공인들조차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우리의 진짜 요구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1%대로 내려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부랴부랴 12일 추진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리고 다음 날 김 위원장이 카드 수수료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한 것이다. 그는 “(신용카드사는) 사회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관이므로 돈 된다고 무조건 추구하는 행태는 곤란하다”며 “수수료 체계를 스스로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였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지난 6일 이 문제로 18일 대규모 파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되레 신용카드사들의 이익 보전책에 더 가까운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 허용’ 방침을 먼저 흘리며 여론을 떠봤다. 반응이 심상치 않자 이번에는 수수료 인하 쪽 목소리에 위원장이 슬쩍 ‘입’을 걸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여론 떠보기 후 발빼기’는 거의 고질병 수준이다. 산은금융지주에 강만수 회장이 부임한 뒤 연봉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나 최근 신협·새마을금고 점검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것도 같은 패턴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반(反)월가’ 시위가 여의도로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지만 이것 역시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인상이다. 외국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을 장악하고 수조원대 이익을 가져가게 된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가 수장으로 있는 금융 당국 아니던가.
황세원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