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격의없이 대화”… 백악관서 우래옥으로 바꿔

입력 2011-10-14 03:16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련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두 가지였다. 이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찬을 한식당 ‘우래옥’에 마련했고, 외국 정상에겐 처음으로 국방부(펜타곤) 상황실 ‘탱크룸’을 공개했다. 두 행사는 구체적 내용을 우리 측에 알리지 않은 채 깜짝쇼로 진행됐다.

우래옥 만찬 도중 오바마 대통령의 블랙베리 휴대전화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원 통과 소식이 문자메시지로 보고됐다. 이를 본 오바마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통과돼 축하한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쳤고,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빛났다. 잘됐다”고 화답했다.

◇우래옥 만찬=두 정상은 12일 오후 6시38분(현지시간) 백악관 영빈관에서 같은 승용차에 타고 오후 7시5분 워싱턴 외곽의 버지니아 타이슨즈 코너에 있는 우래옥에 도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진은 백악관에 준비하려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좋은 분위기와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해 한인들이 많이 가는 한식당이 좋겠다’고 해서 장소가 바뀐 걸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측에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대니얼 러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이, 우리 측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배석했다.

식사는 일반손님을 받지 않은 우래옥 1층 별실 테이블에서 진행됐다. 식당 측은 한정식을 준비하려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불고기를 원해 메뉴를 바꿨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고기에 야채구이, 새우튀김, 완두콩 요리를 곁들였고 이 대통령도 불고기를 택했다. 클린턴 장관은 비빔밥을 주문했다. 식당 종업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일 많이 드셨다. 주문한 음식을 모두 비웠다”고 했다.

두 정상은 1시간50분간 대화를 나눈 뒤 오후 8시55분 다시 같은 차에 타고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이 방미한 외국 정상 측 전통음식을 먹은 건 매우 이례적이고, 미 대통령 차량 행렬에 외국 취재진이 동행토록 허용한 것도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 방미 때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탱크룸 브리핑=탱크룸은 전투지휘 전권을 행사하는 미 합참의장이 전 세계 미군 사령관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고, 전시엔 직접 작전지시를 내리는 펜타곤의 심장부다. 출입구가 좁아 미 장성들이 “비좁은 탱크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농담한 뒤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미국 측은 이날 오후 3시 이 대통령을 이 방으로 안내했다. 탱크룸에 들어간 외국 정상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천영우 수석, 김태효 비서관이 동행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미군 수뇌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 대통령에게 북한 정세와 대비 태세를 브리핑했다. 김 비서관은 “뎀프시 합참의장이 한반도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확실하게 대처하겠다는 각오와 준비태세를 밝혔고 이 대통령이 그에 대한 격려를 많이 했다”며 “특히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 대통령과 쌓아온 친분을 토대로 앞으로 더욱 협력하고 싶다’는 덕담도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같이 갑시다”=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오전 백악관 사우스 론(South Lawn) 공식 환영식에서 환영사 도중 두 차례 한국어로 “환영합니다”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이 있다고 들었다. 내 말도 한국인의 마음에까지 전달되기 바란다”며 옆에 서 있던 이 대통령을 향해 “환영합니다”라고 했다. 또 “우리 동맹은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국은 21세기 미국의 파트너”라고 평가한 뒤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이 대통령은 “Good morning, everybody”라는 영어 인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워싱턴=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