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주년 기념 콘서트 윤복희 “내가 원한 첫 콘서트… 60년 노래인생 폭발할 것”
입력 2011-10-13 17:49
올해 무대 인생 환갑을 맞은 윤복희(65)는 ‘딴따라’를 자청한다. 그의 위상을 생각할 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데도 스스로 가수나 뮤지컬 배우로 호명되는 걸 원치 않는다. 실제로 그는 1997년 발간한 자서전 제목을 ‘딴따라’로 달았고, 현재도 페이스북에 ‘윤복희(딴따라)’라고 적어 놨다. 올 들어 윤복희는 TV 토크쇼 ‘무릎팍도사’ ‘놀러와’ 등에 출연해 자신의 ‘60년 딴따라 인생’을 들려줬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는데, 이유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인생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여섯 살이던 52년 처음 무대에 섰다. 60년대, 내한한 루이 암스트롱 앞에서 모창한 것이 계기가 돼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 미니스커트 열풍을 일으켰다. 70년대, 두 번의 이혼으로 아픔을 겪었지만 신앙으로 이겨냈다. 이후 지금까지 뮤지컬 80여 편에 출연했다….’
오는 26일, 윤복희가 데뷔 60주년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러분’이라는 타이틀로 여는 콘서트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드라마 같았던 그의 삶을 가장 깊이 느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콘서트는 지난 4∼6월 대전 청주 부산 대구 등지에서 같은 타이틀로 열었던 전국 투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만난 윤복희는 “올해 열고 있는 공연들은 내 인생에서 내가 열고 싶어서 여는 첫 콘서트”라고 강조했다.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올해 데뷔 60년을 맞은 만큼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60년 된 것을 신기해하지만 나한테 별로 의미가 없다. ‘참 오래했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사실 나는 ‘60주년 공연’이라는 타이틀도 빼라고 했다. 60년이란 것을 앞세워 돈 벌려고 하는 것 같아 싫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콘서트는 거의 안 했던 걸로 아는데 공연을 열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고(故) 하용조 목사님이 돌아가시기 전인 지난해, 60주년 콘서트를 여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계기가 됐다. 그 말씀을 듣고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70년대엔 콘서트를 많이 했는데, 그땐 전부 어쩔 수 없이 열었던 콘서트였다. 내가 원해서 하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콘서트를 안 했던 건 나 스스로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가수가 아니라는 건가.
“가수라면 적어도 히트곡이 많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 하다. 그리고 활동 자체가 가수 활동이 아니었다. 뮤지컬로 시작했고 연극을 했고 영화도 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가스펠 음반을 제외하면 내가 자의로 낸 음반도 없다. 내 이름으로 나온 앨범은 10여장 되지만 전부 나도 모르게 나온 음반이다. 예컨대 대한극장 같은 곳에서 공연하면 누가 그걸 몰래 녹음해서 음반으로 만들었다. 10여장 된다는 것도 최근에 어떤 팬이 사인해달라고 LP를 모두 들고 와서 알게 됐다.”
-이번 공연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
“60년을 압축시킨 공연이 될 것이다. 메들리처럼 10분 동안 과거 뮤지컬에서 불렀던 노래 등 10여 곡을 한꺼번에 부르기도 한다. 무대는 소극장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게 만든다. 무대를 객석 바로 앞까지 빼고 연주자도 6명만 세운다. 무대가 ‘감사 카드’ 같다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다.”
-페이스북을 애용하더라.
“지난해에 지인이 페이스북 친구가 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와서 하게 됐다. 처음엔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내 글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더라. 페이스북 친구들을 보면 내가 70, 80년대 뮤지컬 ‘피터팬’ 할 때 그 공연을 봤던, 당시 어린이였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생애 마지막 날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남기고 싶은가.
“아마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쓰지 않을까(웃음).”
사실 이날 인터뷰는 수월치 않았다. 윤복희는 과거를 되묻는, 개인사를 들춰내는 질문에 불편해했다. 주님을 따르는 종으로서 여전히 해야 될 일이 많다고 여기는 ‘현역 딴따라’이기에 미래가 중요할 뿐 시간을 되짚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 다음 날, 메일을 열어보니 그로부터 장문의 편지 한 통이 와 있었다. 윤복희는 “이렇게 메일을 쓰는 건 처음”이라며 “(질문에)속 시원하게 답을 주지 못해 후회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 적힌 글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 수타 짜장면 사 드릴게요. ㅋ 제가 수타 짜장을 좋아해서 이런데요. ㅎㅎㅎ.”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