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인 연루 테러음모 적발”
입력 2011-10-13 02:13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 대한 암살 시도를 적발했으며, 이란 당국이 이에 연루돼 있다”며 이 문제를 유엔 무대로 끌고 갈 태세다. 이번 사건에 개입된 혁명수비대 쿠드스 요원들을 비밀리에 탑승시킨 이란 항공사 ‘마한 에어’에 대해 12일 제재를 가했다. 이에 이란은 ‘악마의 날조’라고 반발했다.
◇미국, “이란이 테러 음모에 개입”=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주미 사우디 대사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 이란계 미국인과 이란인 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정부의 일부 분파, 특히 쿠드스 고위 요원이 음모를 지시하고 승인했다”면서 이란 측에 책임을 물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도를 넘었다”며 추가 제재를 통해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및 주요국 지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세계 각지 미국인에게 테러 경계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고,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주장은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가 최근 동부 한 마을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란은 사우디와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서투른 암살 음모=미국이 발표한 테러 음모는 텍사스주 출신 중고차 판매상인 이란계 미국인 만수르 알밥시아르(56)가 멕시코 마약조직을 150만 달러에 고용해 사우디 대사를 살해하고 미 워싱턴DC와 아르헨티나의 이스라엘 대사관에 폭탄테러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쿠드스 요원 골람 샤쿠리가 이에 관여했다면서 그를 알밥시아르와 함께 기소했다. 알밥시아르는 지난달 말 체포됐고, 샤쿠리는 이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이 짠 테러 계획이 서투르고 무모한 데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쿠드스 전문가인 라술 나피시는 “미 본토에 대한 이란의 작전은 1980년대 이후 없었다”면서 “ 두 나라의 화해를 원하지 않는 일부 세력의 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착수금으로 건네진 10만 달러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의 계좌에서 나왔고, 사촌이 쿠드스 요원인 알밥시아르가 사진으로 쿠드스 요원을 분간해냈다고 설명했다.
암살 음모는 미국이 멕시코 마약조직에 심어둔 비밀 정보요원을 통해 밝혀졌다. 알밥시아르는 하필이면 이 비밀 요원과 거래했고, 그가 돈을 더 요구하자 자신을 인질로 삼으라며 멕시코를 방문했다가 추방당해 미국 공항에서 체포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