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가 수상하다… 2012년 1분기 성장률 11년만에 7%대로 추락 ‘경착륙’ 전망

입력 2011-10-12 18:30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인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신호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평균 10%를 웃돌던 경제성장률은 내년 1분기(1∼3월) 7%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및 미국의 재정위기에 이어 중국 실물경제 악화가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성장률 급격 둔화, 지방정부 부채가 화약고=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 10곳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평균 8.5%로 전망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8.2%, UBS와 도이치뱅크는 8.3%, 바클레이즈는 8.4%를 제시했다. 9%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은 골드만삭스(9.2%)와 메릴린치(9.0%) 2곳뿐이었다. 만일 이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1년(8.3%) 이후 처음 8%대를 기록하게 된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중국 경제성장률 평균이 10.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성장세의 둔화는 뚜렷해 보인다. 특히 해외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7.8%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욱 가혹한 시선도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거시경제 컨설팅 회사인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LSR)의 경제학자 다이애나 쇼일레바는 “유럽·미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 제조업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5%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지방정부의 대규모 부채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10조7170억 위안(1960조원)에 달한다. 중앙정부가 부동산경기 억제정책을 취하면서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꺼졌고, 지방정부의 수입원이 급감하면서 빚이 늘어난 것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부양책으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GDP의 26.7% 수준으로 늘어났는데 이 중 30%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정부 부채 부실화는 결국 은행권의 부실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엔 직격탄=중국 실물경제가 경착륙하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타격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최소 0.3% 포인트, 많게는 0.5% 포인트까지 동반 하락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착륙 위기를 느낀 중국 은행들이 우리나라 등 해외에서 달러 공급을 중단하고 있는 것도 환율 인상의 요인이 돼 국내 기업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중국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정도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해외에 있는 달러를 중국 내부로 옮겨가는 모습이 유럽 등지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연구원은 “중국경제 경착륙이 대외 수출 쪽에서 발생한다면 다소 문제가 있겠지만, 내수 부문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연구원은 “실제 8%대 성장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는 경착륙보다는 성장률이 약간 둔화한 정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