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만수 SK 감독대행, 투수 교체 타이밍 ‘야신’에게 배웠나

입력 2011-10-12 18:06

올 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투수 용병술이 화제다. 김 대행은 SK 특유의 ‘벌떼’ 마운드를 운용하면서도 믿음의 야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행은 지난 11일 KIA와의 준PO 3차전에서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을 선발로 내세워 5⅓이닝을 던지게 한 뒤 박희수-정대현-정우람-엄정욱을 차례로 투입해 승부를 매조지했다.

이 대행은 5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고든이 6회 KIA 선두타자 이현곤에게 중견수 쪽 안타를 얻어맞은 뒤 이용규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자 바로 박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당시 2-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잘 던지던 고든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상대 타자가 왼손이 되자 곧바로 좌타자에 강세를 보이는 좌완 박희수로 급한 불을 껐다. 6회 KIA 조범현 감독이 1사 만루에서 김진우를 아끼기 위해 곧바로 투입하지 않고 심동섭과 유동훈을 내세워 점수를 헌납한 것과 비교된다.

이 대행의 투수 용병술을 살펴보면 우선 전임 김성근 감독의 제자답게 철저한 데이터에 따라 투수를 운용하고 있다. 고든은 투구 수가 80개를 넘기면 구위가 떨어진다. 이 대행은 5회까지 고든의 투구 수가 76개가 됐고, 80개가 된 6회 안타를 맞자 곧바로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 대행은 데이터 외에 자기 팀 투수에 믿음을 주는 마운드 운용을 펼치고 있다. 비록 1차전에선 패배했지만 상대 선발이 정규리그 투수 4관왕에 빛나는 윤석민이 나오자 이 대행은 구위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김광현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대행은 “우리 팀 에이스는 당연히 김광현이다. 나는 상대가 힘으로 나오면 힘으로 맞선다”고 자기 팀 에이스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표시했다.

이 대행과 김 전 감독의 또 다른 차이점은 투수를 교체할 때 이 대행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투수 교체를 할 때 꼭 강판되는 투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이 대행 특유의 마운드 운용이 SK를 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 수 있을 지 관심이다.

광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