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IDV’ 대변인 레올루카 오를란도 의원 “오랜 뒷거래 관행이 개혁 최대 걸림돌”
입력 2011-10-12 18:43
이탈리아 가치당(IDV)은 중도 좌파 성향으로 자국 내에서 보기 드물게 정치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당이다.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가치당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1992년 ‘마니풀리테’(깨끗한 손)로 불리는 사정혁명을 주도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인물. 당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반부패 운동 경험을 갖고 있다.
당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레올루카 오를란도(64·사진) 의원 역시 ‘마피아’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시장을 역임할 당시 마피아 소탕전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자금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로마 중심가에 있는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정치자금은 얼마나 쓸 수 있나. 그리고 지출 내역을 검증받는 절차가 있나.
“선거비용에 대해서는 한 의원이 쓸 수 있는 비용이 5만2000유로로 제한돼 있다. 그리고 선거 후엔 모든 의원들이 정확한 지출 상세내역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의회와 대법원에서 그 내역을 검증한다.”
-이탈리아 가치당은 다른 정당과 다른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출처를 밝히기만 하면 언제든 후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당 차원에서 후원을 받지 않고 있다. 청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받지 않아도 국고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정당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현역 의원으로서 이탈리아의 정치자금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탈리아에선 정당 정책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자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1993년에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정치자금 제도가 정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정할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개정 후에도 그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을 때는 뒷거래를 통한 후원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지금은 법 개정 등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양성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뒷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정당에 후원을 한 뒤 아들의 기업이 특정 사업의 공개입찰에서 선정되도록 하는 식이다. 아직 정치권의 비리는 여전하다.”
-정치자금 제도 개선과 관련, 변화 움직임이 있는가.
“우리 당은 현재의 정치자금 제도가 여전히 모호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법안 마련을 위해 연구 중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이탈리아의 정치문화 자체가 기존의 관행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쉽지 않다.”
로마=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