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혁명 후 기독교 탄압하는 아랍 국가
입력 2011-10-12 17:47
독재자와 추종세력 축출로 민주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독재체제를 몰아낸 것은 민주화로 나아가기 위해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독재체제를 전복한 것보다 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를 적극 실천해야 민주주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 행복 추구권, 평등권,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양심·종교·언론·출판·집회·결사·학문·예술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정부와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아랍권에서 이런 방향과는 정반대로 기독교인을 향한 테러와 탄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콥트 기독교인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해 26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괴한들의 교회 방화에 항의하는 기독교인들의 집회를 정부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3월에도 한 무슬림이 콥트 교회를 방화한 것을 계기로 유혈 충돌이 빚어져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시민혁명이 성공한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에서 기독교인들의 종교 자유가 과거보다 더 억압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시리아 등 일부 아랍권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에 관대했던 철권 통치자들이 물러날까 봐 기독교인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할 정도다. 재스민 혁명으로 도래한 아랍권의 봄이 소수 기독교인들에게는 엄동설한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이집트 유혈 충돌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인권 보호를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랍권 국가에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급진·과격파가 발호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아랍권에 파송된 우리 선교사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