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수수료-기름값 공방… 정부-업계 기싸움에 시장 혼란
입력 2011-10-10 18:25
백화점의 판매수수료와 주유소 기름값 인하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공정한 시장질서 등을 이유로 업계를 압박하지만, 업계는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관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 대표에게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판매수수료 인하안을 지난 7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업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화점 3사는 “더 이상 진전된 내용을 내놓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롯데 이철우, 현대 하병호, 신세계 박건현 대표이사 등 3사 대표들은 15회 아시아태평양소비업자대회 참석을 이유로 이미 출국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논의 자체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3사는 정부의 판매수수료 인하 요구에 지난달 30일 중소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3∼7% 포인트 인하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추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
공정위는 이달 말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안을 내놓으라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으나 업계의 반발로 정부의 권위는 떨어지고 시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의 기름값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정유·주유 업계는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소진됐다”며 버티고 있고, 정부는 쓸 수 있는 압박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는 정유사의 브랜드를 따르지 않는 자가폴(무폴) 주유소 품질보증 제도를 내년부터 본격 확대 시행키로 했다. 또 유사석유 제품 근절을 위해 한국석유관리원에 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싼 무폴 주유소를 적극 양성해 정유사에 소속된 폴 주유소들과 경쟁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계는 이미 수익률이 한계에 다다른 정유사와 주유소들만 쥐어짜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정유사와 주유소가 더 이상 기름값 인하에 협조할 카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국민들의 기름값 불만이 높아지니까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카드는 유류세 인하나 저소득층을 위한 기름 바우처 제도밖에 없는데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