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핏줄… 숨은 50%를 찾아라

입력 2011-10-10 17:32


흔히 하지정맥류는 종아리나 오금 등 다리 아래쪽에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종아리 아래만 매끈하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국내 한 전문병원의 조사결과 종아리나 오금 등 무릎 아래 부위(23.1%)보다 사타구니와 허벅지 등 무릎 윗부분(50.1%)이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에스병원 소동문 원장은 10일, “2008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시술한 5658건의 하지정맥류 치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종아리나 오금 부위가 많을 것이라는 일반의 통념을 깨고 뜻밖에도 사타구니 부위가 31.7%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허벅지(18.4%), 오금(16.1%), 종아리(7.0%) 등의 순서였다.

소 원장은 이에 대해 “사타구니 및 허벅지 부위의 경우 옷에 가려져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위이므로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많고, 겉으로 완전히 정상처럼 보여도 피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복재정맥에서 정맥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맥류는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다리에 생기는 하지정맥류, 간 질환에 의해 식도에 생기는 식도정맥류, 남성의 고환에 생기는 정계정맥류, 기타 선천성 정맥류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치질도 항문 부근에 생긴 정맥류의 일종이다.

이 중 하지정맥류는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피가 정맥 내 판막 손상으로 역류하며 소용돌이를 일으킴에 따라 높아진 혈압에 의해 혈관이 힘줄처럼 피부 쪽으로 불거지는 증상이다. 혈관이 약해지는 중·장년층이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이와 임산부 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하지정맥류는 보기에 흉한 미용 문제도 문제지만 계속 방치하면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조금만 걸어도 통증과 함께 쥐가 잘 나게 돼 더 문제가 된다. 일단 정맥류가 생기면 운동이나 기타 민간요법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바로 치료하는 것이 고생을 덜 하는 지름길이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나 임신 중일 때는 보조요법으로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이 주로 권장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줄 뿐이다.

따라서 심장 쪽으로 올라가야 할 피가 다리 아래쪽으로 역류하지 못하게 막아 혈액순환을 정상화시켜주는 좀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레이저, 고주파 등을 이용하는 방법과 환부를 얼려서 제거하는 냉동치료, 혈관경화제를 정맥에 주입해 혈관을 굳히는 혈관경화요법 등이 있다. 물론 1회 치료로 완전히 해결 할 수 없으며 여러 차례 반복 시술해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일단 발생하면 다시 좋아지지 않는 비가역성(非可逆性) 질환이기 때문에 진행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평소 좋은 생활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장시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서있으면 정맥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되도록 서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소 원장은 “장시간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그리고 엉덩이나 허벅지가 꼭 끼는 옷을 입거나 허리띠를 너무 꽉 조이는 행위도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게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