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손님맞이 준비 안된 관광’
입력 2011-10-10 17:41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880만명 유치 실적에 이어 올해 목표 960만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달에 중국 최대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인 바오젠 소속 대리상 1만1000명이 제주도와 서울을 방문했고, 이달 초에는 국경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 7만명이 한꺼번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서울 명동을 비롯한 면세점에서의 쇼핑관광이 줄을 잇고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들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뿐만이 아니다. 어제 막을 내린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일본의 자매도시에서 온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수원시민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벌이는 흐뭇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땅에서 관광산업이 태동한 지 반세기 만에 중흥기를 맞은 셈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주 보도자료를 통해 바오젠 여행객들의 관광 만족도가 4.59점으로 상당히 높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가이드와 숙박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각각 4.85. 4.74로 비교적 높게 나왔고, 관광지로는 에버랜드가 4.69점으로 제주도의 여느 관광지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씀씀이가 큰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답게 1인당 소비액도 일본인 관광객의 4배가 넘는 263만원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바오젠 여행객의 만족도가 일반적 사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바오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도가 직접 나서서 유치한 단체관광객으로 ‘준비된 손님맞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국경절에 한국을 찾은 개별관광객(FIT)은 온갖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았고 서울에서 호텔 숙소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찾기도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데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을까. 개별관광객의 만족도가 홍콩(4.08점)이나 마카오(4.07점)보다 낮은 3.87점밖에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외국인들은 한국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서울의 호텔 객실 부족을 꼽는다. 지난해 말 서울의 호텔 객실은 2만3600실로 관광객 대비 적정 규모인 4만실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객실 4000실이 건설 중이지만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도 사정은 비슷해 호텔 5300실로는 연평균 10% 가까이 늘어나는 외래 관광객을 감당할 수 없다. 내년부터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될 경우 내국인 관광객까지 가세해 객실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광산업을 고용확대를 위한 신성장 동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고 내수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골프장을 건설하고 카지노를 허가하는가 하면 강을 따라 전국을 일주하는 자전거 도로도 만들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체휴일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덕분에 내수관광이 크게 늘고 외래 관광객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묵을 호텔이 부족하면 관광객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려되는 일은 내년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국내에서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호텔업계의 오랜 숙원인 공유지 호텔부지 활용 확대, 관광호텔 용적률 완화, 세제혜택 확대, 외국자본 유치,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용 등 규제의 빗장을 서둘러 풀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의 70%를 차지하는 개별관광객을 위해 숙박과 조식을 제공하는 B&B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중저가 숙박시설도 육성해야 한다. 잠자리도 마련해놓지 않고 손님부터 초청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