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UN사무총장 경제특보 “상위 1%의 독식 문제 美정부에 경고했지만 무시”
입력 2011-10-10 18:08
“지난 20년 동안 미국민의 상위 1%가 부를 독식하는 금융게임을 통해 미국 사회 불평등이 심화돼 왔습니다. 상위 1%가 미국민 99%의 운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경북 경주에서 9일 개막한 제19차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 참석차 방한한 제프리 삭스(57) 유엔사무총장 경제특보(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0일 경주 보문단지 내 현대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책시스템의 문제점을 이같이 꼬집었다. 며칠 전 미국 월가 시위에 동참했다는 그는 “시위에 나선 젊은이들의 주장에 공감한다”며 “월가 시위는 분배의 불평등에 관한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분노”라고 지적했다.
삭스는 3개월 전 CNN에 출연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앞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자 최근 ‘문명의 대가(The price of civilization)’라는 책을 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유엔의 새천년개발계획과 연계해 지난 10여년 동안 빈곤퇴치 운동을 벌여온 삭스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에서 아프리카 빈곤퇴치 운동의 영감을 얻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한국은 지난 수년간 새천년개발계획에서 리더 역할을 했고, 특히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정책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4년부터 아프리카에 14만호의 밀레니엄 빌리지를 건립한 그는 “한국 정부가 아프리카의 밀레니엄 빌리지를 관광 목적지로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아프리카 마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문화자원이 풍부한지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서의 관광산업은 고용과 수익을 창출해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며 “이번 UNWTO 경주 총회도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삭스는 회견에 앞서 ‘밀레니엄 빌리지 연계 관광지원 프로젝트’에 기여한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프로젝트’는 우간다 등 사하라 남부 10개국 80개 마을의 교육과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삭스가 주도가 돼 설립한 ‘밀레니엄 프라미스’의 주요 사업이다.
한편 최 장관은 이날 UNWTO 총회의 장관급 회담을 마친 뒤 “한국이 관광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함으로써 개도국에 희망을 주고 있다”며 “아프리카 빈곤퇴치와 관광발전을 위해 재정 및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주=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