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목회자가 장학금 기부한 이유..

입력 2011-10-10 19:03


[미션라이프] “45세에 남편을 잃고 행상으로 어린 5남매를 키운 어머니. 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나면 저녁에는 쉬실 법도 한데, 기어코 어머니는 두 세시간 눈을 붙인 뒤 교회로 향하셨습니다. 그렇게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철야하며 무릎기도를 하셨지요. 환경을 극복하고 평생을 ‘아멘의 성도’로 사신 어머니를 보면서 저는 꿈과 희망, 용기를 배웠습니다.”

서울영광감리교회 박수락 목사는 지난 5일 연세대 신과대학에 1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 뒤 어머니 고귀례 장로부터 떠올렸다.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용기’낼 수 없었다. 80명 정도 출석하는 작은교회에서 장학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박 목사에게 “사랑하며 살아요”란 짧은 음성을 남기고 2009년 9월 16일 79세 일기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그 말씀은 환경을 보는 게 아니다. 고난과 역경을 뛰어넘어 서로 나누라는 것. 그래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그래서 교회 성도들과 ‘고귀례장학재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 장로는 믿음 없는 남편과 결혼한 뒤 핍박을 받으면서도 신앙을 지켰다. 장남인 박 목사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갔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난 적도 있었다. 1976년 아버지는 신앙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박 목사에게 그 일은 평생의 짐이었다. 내 가족도 전도하지 못한 죄. 그 때부터 어머니의 무릎기도는 시작됐다.

교회에서 매일 철야하며 나라와 민족의 복음화, 자녀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애타게 부르짖었다. 특히 신실한 하나님의 종으로 살 수 있도록 간구했다. 이를 위해 어머니는 몸소 실천했다. 평생 행상하며 모은 재산은 교회에 헌금했고, 다양한 선교사역들을 후원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어머니의 기도와 달리, 목회를 꿈꾸지 않았다. 그러다 한 차례 재수 끝에 연세대에 입학했고, 신학대학원까지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하며 은혜의 주님을 만났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도대로 89년 서울 성내동에 서울영광감리교회를 개척했다. 최근엔 연세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50세를 넘어 신학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제가 10년 넘게 연세대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한 셈입니다. 그 은혜를 아신 어머니는 늘 ‘네가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해 박 목사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1000만원을 연세대 대학원에 기부했다. 그리고 이번에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서울영광감리교회 이름으로 ‘고귀례장학금’을 2년째 내놓았다. 박 목사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이러한 때일수록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힘이 닿는데까지 장학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