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천연물 신약

입력 2011-10-10 17:36


“사람들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자연을 찾고 있으며, 어리석어 보이는 짐승들도 아플 때는 무슨 풀을 뜯어 먹어야하는지 신통하게 잘 알고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약초에 존재하는 강력한 은총’이라며 한 말이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는 천연물 의약품 사례는 수없이 많다.

1960년대 초만 해도 소아 백혈병은 곧 죽음을 뜻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아 백혈병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90%를 넘고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 자생하는 ‘장춘화’라는 약용식물로부터 유효 성분을 추출해 합성한 항암제 ‘빈크리스틴(vincristine)’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스피린도 독일 바이엘사의 화학자 호프만이 버드나무껍질 추출 성분 ‘살리실릭산’을 변형시킨 ‘아세틸살리실릭산’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천연물 유래 약이다. 이밖에 만성 심장질환 치료제로 쓰이는 강심제 ‘디기탈리스’는 천연식물 디기탈리스 잎에서 추출한 것이고, 호흡기 질환에 흔히 처방되는 약 중의 하나인 ‘에페드린’은 마황 성분을 합성한 것이다. 조류독감 치료제로 각광받은 신약 타미플루의 주성분 오셀타미비르 역시 중국의 토착식물 스타아니스의 열매에서 추출한 ‘쉬키믹산’으로부터 얻은 물질이다.

국산 위염치료제 ‘스티렌’은 국화과 쑥의 일종인 애엽(艾葉) 추출물 ‘유파틸린’,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는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 등의 한약재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각각 개발한 신약들이다. 최근, 임상적 유용성 검증에서 장점이 있는 천연물 의약품의 특성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기존 비(非) 스테로이성 소염진통제의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크게 낮춘 관절염 치료제 ‘신바로캡슐’도 흑두 두충 방풍 오가피 우슬 구척 등의 한약재를 바탕으로 개발된 신약이다.

미국은 현재 이와 같은 천연 약용식물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개발에 약 25∼50%나 활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약용식물을 직접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유효 성분을 뽑아 생화학적으로 재합성하는 방식을 쓴다. 이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제약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유용한 천연 식물자원의 보존(保存)도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용식물은 천연물 신약개발의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 우리 고유의 천연식물자원을 잘 보존, 관리하고 이를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질병 및 만성 질환 퇴치에 유용한 신약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약초에 존재하는 강력한 은총’을 천연물 신약 개발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면, 배타적인 지적재산권 확보에 따른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로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위상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硏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