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투다 홧김에 방화·증오심 못참고 살인… 친족간 범죄, 임계점 치닫는다

입력 2011-10-09 19:49


지난달 중순 서울 송파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60대 부부가 서로 흉기를 들고 싸우다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졌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세탁소 운영과 관련한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고 화를 참지 못한 남편 A씨(64)가 망치를 휘둘렀다. 부인은 가까스로 맞지 않았지만 집기가 부서졌다. 격분한 부인이 가위를 들고 남편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이들 부부는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제지돼 크게 다치지 않았다.

다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6월 경북 경주시 외동읍에서는 형제 간 다툼으로 동생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에 따르면 형제가 금전 문제와 취업 문제 등으로 싸웠고 동생 B씨(39)가 홧김에 라이터로 이불에 불을 붙였다. 이 화재로 B씨가 숨졌고 형은 얼굴에 중화상을 입었으며 76㎡ 규모의 주택이 전소됐다.

이처럼 친족 간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는 현대사회의 단면이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친족(배우자 및 혈족·인척) 사이에 벌어진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4대 강력범죄로 입건된 경우는 861건이었다. 2007년 531건에 비해 61.7% 증가했다.

친족 간 살인사건은 2007년 193건에서 2008년 187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09년 223건, 지난해 229건으로 다시 늘었다. 방화는 2007년 178건에서 지난해 38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친족 간 범죄는 누적된 불만이 한순간에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타인과는 대립할 경우 교류를 끊는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친족은 불가피하게 얼굴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속 불편한 감정이 쌓이면 강력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가정폭력도 여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러 이혼 사유 중 정신적·육체적 학대로 인한 이혼은 2007년 5956건, 2008년 5882건, 2009년 6246건, 2010년 5559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5명 이상이 정신적·육체적 학대로 이혼하는 셈이다. 박현주 해밀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가정폭력을 가족 내부 문제로만 치부해 쉬쉬하는 문화가 폭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폭력이 묵인되면 점차 흉포해지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기 전 상담받을 수 있는 지역별 상담센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