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교에 몰아준 정책 연구용역 내용 ‘부실’… 軍, 매년 수십억 혈세 낭비

입력 2011-10-09 18:32

군이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정책연구 용역을 예비역 장교들에게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제출한 용역 보고서는 대체로 내용이 부실해 군 연구용역 사업이 사실상 예비역 ‘용돈벌기용’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2008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각 군의 연구용역 보고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군은 439건 79억6390만원어치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이 중 253건 30억6372만원어치를 예비역 장교들과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도 같은 기간 301건 139억8443만원어치의 연구용역 가운데 예비역들이 185건 18억5499만원어치를 수주했다. 대부분 수의계약 형태로 체결됐고, 계약 금액은 건당 통상 1000만원이었다.

문제는 상당수 용역 보고서가 1000만원짜리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한 예비역 소장이 지난해 작성한 ‘북극해 해상교통로 개설을 대비한 해군의 역할과 필요전력 연구’라는 보고서는 총 83쪽 중 절반이 북극의 기후변화, 자원개발 현황 등 일반 상식으로 채워졌고 필요전력을 다룬 부분은 3쪽에 불과했다. 같은 해 예비역 대령이 작성한 ‘해군 홈페이지에 대한 해킹 및 바이러스 공격 유형 분석에 관한 연구’라는 83쪽짜리 보고서는 사이버전의 이론적 설명 및 기술 동향, 바이러스의 특성, 관련 법규 등 연구 주제와 동떨어진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공군에서는 일부 예비역 장교들이 “재취업해서 시간이 없다” “이민을 가야 한다”는 엉뚱한 이유를 내세워 용역계약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위성항법장치(GPS) 전파방해(재밍·Jamming)에 대한 대응책 연구(2008년), 인공강우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연구(2009년), 군내 성범죄 사건에 대한 효과적 대처 방안(2010년) 등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여기에 해당된다.

육군도 연구용역 현황을 일부만 제출해 전체적인 현황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각 군 정책연구 보고서의 상당수가 알맹이 없는 종이뭉치”라고 질타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