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통신-여기는 이슬람권 터키] 거리의 개를 보고 생긴 기대
입력 2011-10-09 15:01
[미션라이프]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을 때입니다. 해가 늬였한 즈음 일이 끝나고 모스크에 들어가기 위해 사원앞 우물가에서 발을 씻는 남자들을 보았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땅에는 교회가 없구나 !’ 그리고 ‘이렇게 동네 곳곳마다 모스크만이 있구나.’ 문득, 한국에 있을 때 곳곳마다 보이는 십자가가, 그리고 어디든 들어가 기도할 수 있는 교회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곳은 단 한개의 공식적인 교회건물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터키에 와서 살면서 가장 감사한 것 중 하나가 그래도 기도하러 갈 수 있는 건물교회(소수의 작은 교회지만)가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새벽기도를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러나 이른 새벽의 적막한 어둠속 길거리에는 오직 저와 거리의 개들만 있습니다. 터키에 와 보신 분들이라면 느끼시는 일이겠지만 거리에는 큰 개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슬렘에서는 보통 개를 불결한 동물로 여깁니다. 개들이 죽은 동물도 먹기때문입니다. 그러나 터키에서는 의외로 애완견도 많이 키우고 대체로 동물을 사랑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거리의 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개들은 인적이 드문 시간에 동네를 떼로 다니기 때문에 밤길을 다닐 때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새벽에 교회에 갈 때는 늘 막대기를 가지고 다닙니다. 개들이 막대기를 무서워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사는 동네 옆 아파트에 개 한마리가 있습니다. 이 개는 애완견도 아니고 길거리를 떠도는 주인없는 개도 아닙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새벽에 교회를 가기 위해서는 이 아파트를 지나야 합니다. 그래서 이 개를 새벽에 자주 마주쳤고 그 때마다 이 개는 저를 보고 짖었고 저는 막대기로 맞섰습니다. 이러기를 여러번 반복하다 어느 날부터 이 개가 더 이상 저를 향해 짖지 않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 모습과 발자국 소리 등이 익숙해져서 더 이상 외부인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 이 개가 울타리가 있는 그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오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 나왔지만 사람의 통행이 없는 이른 새벽시간에는 저 밖에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그 문으로 나갔습니다. 이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된 후 이 개가 새벽에 저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심지어 교회까지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새벽에 집을 나선 순간 지나가야 하는 골목길에 여덟 아홉마리 정도의 개들이 진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개들은 으르렁거리며 저에게 달려들려 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다져먹고 막대기를 힘있게 쥐고 그 사이를 뚫고 나가고자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 앞에 반가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를 따라다니던 옆동네의 그 개였습니다.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순간 이 개의 친구였던 다른 거리의 개들이 저에 대한 모든 경계심과 적의를 풀고 순한 양들처럼 길을 내 주었습니다. 요즘은 그 동네에 살게 된 다른 두마리의 개들까지 새벽마다 저를 따라 교회까지 오곤합니다.
십자군 전쟁때 지금의 터키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유불문하고 학살되었던 과거의 아픈 역사의 흔적과 이슬람 전통 때문에 많은 터키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으로 말미암은 우리의 사랑이 그들을 감동시킬 때 나의 호의를 기억하는 옆동네 개처럼 언젠가는 이 곳의 사람들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이웃들과 인사하고 담소하며 날마다 일상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대부분의 외국인들)가 기독교인인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의 삶의 일거수 일투족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삶을 바라보며 기독교인이 적개심을 갖고 경계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만 해도 우리 사역의 열매가 곧 맺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터키 앙카라에서-통신원 김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