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론스타 주식 매각명령 내릴 듯… 징벌적 방식엔 난색
입력 2011-10-06 22:01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론스타가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감독당국의 행보에 초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년 만에 한국 탈출을 꿈꾸는 론스타에 거액의 차익을 안길지, 혹은 초유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한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조만간 금융위원회의 손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전사적 역량을 총결집했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징벌적 매각명령’ 힘들 듯=금융당국이 론스타에 대해 금융회사 대주주 부적격 입장을 잠정 결정한 이상 이제 남은 관심은 주식 매각 명령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느냐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대주주 부적격자에게는 6개월 내에 한도(10%) 초과 지분에 대한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단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을 맺은 만큼 자연스럽게 계약 당사자인 하나금융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주식 매각가격이나 방식을 특정하거나 즉시 시장 공개 매각을 지시하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경우다. 이 경우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계약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워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먹튀’를 막는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이를 요구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매각 방식을 지정할 근거가 없어 ‘징벌적 매각명령’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령에는 금융당국이 ‘한도를 초과 보유한 주식에 대해 처분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는 돼 있지만 매각 방식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법리검토 결과 금융당국은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경우 국제적인 법정다툼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융당국은 19일 금융위 정례회의에 외환은행 매각 안건을 상정할 전망이다.
◇론스타, 시간 벌고 협상 나설 듯=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주식 매각명령이라는 고비를 넘는다 해도 외환은행을 인수하기까지는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먼저 외환은행의 주가는 계약 당시 1만3390원에서 6일 종가 기준으로 7280원까지 폭락했다. 이 계약대로 진행될 경우 론스타는 약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게 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국부 유출 비난 여론과 주주들의 반발 등이 예상돼 가격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대법원에 재상고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가격 조정에 나서거나 혹은 제3의 인수자를 찾아 나설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강제매각 명령으로) 경영권을 잃고 금융당국에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일단 재상고를 한 뒤 자체적으로 해결할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모든 게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밝혀 조만간 론스타 측과 가격 조정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