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Jobs] 잡스 없는 애플號 안갯속
입력 2011-10-06 18:43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잡스 없는 애플이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당장의 입지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론 온통 회색빛일 뿐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애플의 미래는 아이폰5의 성공여부와 현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등대 잃었다=잡스 사망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그 충격은 더 큰 듯하다. 그만큼 ‘애플=잡스’이란 등식이 당연시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잡스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연하다. 잡스가 1985년 애플을 떠나고 97년 복귀할 때까지 애플의 실적은 바닥이었다. 하지만 이후 14년간 매출은 20배, 주가는 70배 가까이 뛰었다. 이 사이에도 잡스가 건강이 좋지 않거나 병가를 내면 애플은 요동쳤다. 애플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내다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내년에 공개될 아이폰5가 애플 미래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아이폰5가 성공한다면 애플은 탄탄대로를 달리겠지만 그 반대라면 시장은 그동안 일궈낸 성공을 잡스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할 것이고,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디즈니, 월마트, 소니도 창업자가 떠난 뒤 세계 최고의 자리를 내놔야만 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 업체와의 특허 분쟁도 현재로선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속도가 빨라졌는데도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제품 판매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의 핵심 역량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는 점도 애플의 장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이다.
◇쿡의 무거운 어깨=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것은 CEO 쿡이다. 비보가 전해지기 하루 전 아이폰 4S를 발표한 쿡에 대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야말로 ‘밋밋한 데뷔(dull debut)’였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잡스만큼 청중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쿡에 대한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잡스 부재 시마다 회사를 관리해 왔고, “그래도 잡스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쿡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잡스와 함께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경영진 체제가 아직 건재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천재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필립실러 마케팅 담당, 스콧 포스털 소프트웨어 담당 등 8명의 수석 부사장단이 쿡을 보좌하고 있다. 스트래터지 뉴스서비스 CEO인 마크 앤더슨은 “5년 후 애플의 먹거리가 될 만한 상품을 개발하는 게 쿡의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