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안관’ 투입 1주일… 잡상인 단속하자 “너희가 뭔데…” 무시당하기 일쑤

입력 2011-09-29 18:41


서울 지하철을 무대로 성추행범, 잡상인, 취객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지난 22일부터 1호선 일부 구간(서울역∼청량리역)과 2호선 전 구간에 투입한 지하철 보안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2개조로 나뉘어 오전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 9시간씩 정해진 구간에서 범죄 예방과 단속 활동을 펼친다.

지하철 보안관들은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취객과 잡상인으로부터 무시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경찰 관계자는 29일 “지하철 보안관에게 단속을 위한 신분증 제시 요구권 등 최소한의 경찰력 이양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전 8시, 신헌주(39) 김정철(35) 보안관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을 살핀 뒤 열차에 올랐다. 출근시간대 만원 지하철은 성추행범이나 소매치기범이 사고를 많이 친다. 김 보안관은 “만원 지하철에서는 보안관의 이동이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하철 보안관’이라는 글씨가 적힌 조끼를 입은 보안관의 존재만으로도 범죄가 예방된다”고 말했다.

출근길 러시아워가 대략 끝난 오전 9시부터는 지하철 잡상인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오전 10시50분 신대방역에서 신림역으로 향하는 2187호 열차 안에서 방한용 발열 버선을 팔고 있는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잡상인은 보안관의 하차 요구에 “너희가 뭔데 나한테 내리라 마라 하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보안관은 결국 112에 신고했다.

지하철수사대 관계자는 “전동차 내 상행위는 행정법상 과태료 부과 사항이라 경찰이 강제할 수 없다”며 “증거를 바탕으로 고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 근무를 시작한 윤병준(29) 이모(26) 보안관의 첫 임무도 잡상인과의 씨름이었다. 윤 보안관은 “잡상인은 우리에게 사법권이 없다는 사실을 서로 전해주고 있다”며 “특히 저녁시간에는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려는 행상들이 더 강하게 반발한다”고 귀띔했다.

오후 10시부터는 취객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보안관들은 다음 구간 근무자와 휴대전화로 취객 정보를 공유했다. 오후 10시30분쯤 봉천역에서 발견된 젊은 여성 취객은 홍대입구역까지 보안관의 보호를 받았다. 이 보안관은 “젊은 여성 취객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더 유심히 살피고 보호한다”고 말했다.

막차가 들어오는 자정 무렵부터 보안관들의 발걸음은 더 분주해졌다. 열차 안에 쓰러져 있을지 모를 취객과 테러 의심 요소를 찾기 위해 역사 내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취객을 찾아 신도림역사 내 화장실까지 뒤지고 나니 시계는 어느새 오전 1시30분을 가리켰다.

보안관들은 새벽 첫차로 귀가하기 위해 임시 휴게실로 향하며 “매우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