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사기업 노사문제 개입 과하다
입력 2011-09-28 20:53
소위 ‘희망버스’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이재용 사장이 ‘정치권 해도 너무 한다’는 호소문을 통해 회사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인 데다 회사 내부의 노사 문제를 정치 이슈인양 다루면서 노동계 주장을 수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어지간하면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관행이건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정치권 특히 야당의 개입은 과하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 8월 18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킨 데 이어 내달 7일엔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부산과 서울에서의 잇단 시위도 정치권이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여기에 힘입어서인지 노조 입장은 강해졌다. 사측이 ‘3년 후 회사를 정상화시켜 해고자 94명을 재고용하겠다’는 약속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9일 ‘2년 후 해고자 전원 재고용’ 안까지 제시했으나 노조는 집행부 선거를 이유로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사태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회사도 망가져가고 있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해 수주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사장은 “일부 정치권과 시민운동 세력이 한진중공업을 죽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그제 국감에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사측이 정리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양보하면 해결될 텐데 그런 의지가 부족하다”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노사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SC제일은행도 유사한 사례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노사 문제를 따지기 위해 내달 5일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과 김재율 노조위원장을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는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힐 은행장을 질타하면서 “사기꾼”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러니 정치불신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