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뺀 이석연 “기성 정치 벽 뚫는데 한계 실감했다”

입력 2011-09-28 14:56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범여권 시민후보로 추대됐던 이석연 변호사가 불출마키로 했다. ‘수도지킴이’를 자처하며 출마 의사를 밝힌 지 13일 만이다.

이 변호사는 28일 “개인적으로는 불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민에게 다가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기성 정치의 벽을 뚫는 데 한계를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불출마 결심 배경에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낮은 지지율, 무상급식을 둘러싼 보수 시민세력과의 의견충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추대했던 보수 시민단체 ‘8인회의’의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변호사가 본인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실망스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등에서 50% 이상 무상급식을 확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이 변호사와 충돌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은 분명히 복지국가의 이념을 지향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해 배려를 하게 돼 있다”며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궁극에는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는 소신을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서초동 사무실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지금은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 요원하다”는 입장을 밝혀 보수 시민단체와의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8인회의 소속인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 등 보수 시민단체는 막판까지 불출마를 만류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이 변호사의 확고한 불출마 의지를 확인한 보수 시민단체 대표들은 마포 한 음식점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그의 뜻을 수용키로 했다. 이 변호사는 29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수 시민단체 대표들은 또 이날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과 회동을 갖고 29일 여당과 무상급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인권법 등 현안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당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8인회의 멤버들이 출전한다. 양측의 입장차를 좁힌 다음 시민 진영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이헌 대표는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는 한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토론회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작은 변화라고 본다”고 여지를 남겨 토론회 결과가 주목된다.

이 변호사의 중도하차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내다보며 보수 시민세력을 결집하려던 보수 시민사회 진영의 정치실험은 싹을 틔워보지도 못한 채 막을 내릴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