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통령 사전보고’ 급증… 2011년 수시보고 13건 중 11건 감사委 최종 의결전에

입력 2011-09-28 21:25


올 들어 감사원이 13건의 감사사항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했으며, 이 가운데 11건은 최종 감사결과 보고서가 채택되기 전에 이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감사원법 취지를 어긴 것으로, 감사 결과가 청와대 의중에 따라 바뀔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28일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4월 12일과 7월 15일 두 차례 이 대통령에게 감사사항을 수시보고했다. 4월에는 국민연금 자산운용 및 제도운영 실태를 비롯한 8건, 7월에는 전력증강사업 추진 실태 등 5건이 보고됐다.

그 가운데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 결과가 확정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한 안건은 주요 무기체계 품질관리 실태와 거가대교 통행료 산정 실태 등 단 두 건뿐이었다. 이 의원은 “2009∼2010년 2년 동안 70%였던 감사위원회 의결 전 수시보고가 올해는 85%나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수시보고 감사사항에는 주요 국정과제 추진 실태 점검 등 정권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민주당 측 시각이다.

앞서 2007년 쌀 직불금 감사사항이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 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된 것 등이 문제가 되자 감사위원 전원이 2008년 사표를 제출한 적도 있다. 당시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였던 장윤석 의원은 “감사 과정 중에 보고하는 건 금지”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같은 당 주성영 의원은 “감사 결과 확정 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은 감사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법에는 ‘감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관해서는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규정돼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시보고를 줄여야 하는 건 맞지만 법에 어긋난 건 아니다”며 “감사처리 절차가 워낙 길다 보니 중요한 내용을 중간에 간략하게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감사원이 주장하는 수시보고는 법에도 없는,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에게) 하는 월례보고 같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