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⑮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회색빛 산업단지, 무지갯빛 삶터로 탈바꿈시킬 것”

입력 2011-09-27 22:07


전국에 산재한 915개의 산업단지(산단)는 한국경제의 핵심 산업기반이다. 산단의 흥망성쇠가 곧 한국경제의 부침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경남 김해, 충북 오송 등 7곳에서 42만∼333만㎡ 규모의 산단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이 중에서도 서울 구로공단, 경북 구미공단, 경남 창원공단 등 핵심 산단 48개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산단 자체를 개발·관리하고, 입주기업의 생산활동도 지원한다. 산단공의 전신은 1964년 만들어진 한국수출산업관리공단이다. 이후 97년 서부·구미·동남·서남산업단지관리공단 등 5개 관리공단이 통폐합돼 현재의 산단공이 됐다. 산단공이 관리하는 48개 산단의 입주기업은 4만3900여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제조업 생산의 44%(491조원), 수출 51%(1804억 달러), 고용 26%(86만명)를 차지한다. 그만큼 산단공의 책임은 막중하다.

조석(57·사진) 산단공 이사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단지가 지금까지는 공장만 보이는 회색이었다면 앞으로는 무지갯빛 넘치는 사람 사는 곳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단이 근로자들에게 일터이자 배움터, 쉼터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산단공의 역할을 세 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산단 개발과 관리, 입주기업 활동 지원이다. 고도성장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경제 수준이 오르자 입주기업들은 더 좋은 서비스, 더 좋은 생산환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국 60개의 산단은 조성된 지 20년이나 지나 생산·기반시설이 노후화돼 각종 불편을 겪고 있다.

그는 “산단공의 2단계 역할은 진일보한 기술개발을 위해 산단 간, 입주기업 간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단공은 산·학·연 협력 등을 모색하는 ‘클러스터 사업’,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생산원료 등으로 재사용하는 자원순환 네트워크를 만드는 ‘생태산업단지(EIP)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91개 산단을 대상으로 7319회의 산·학·연 네트워크 활동이 이뤄져 585건의 특허가 나왔고, 48만t의 이산화탄소(CO2)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3단계 역할은 ‘QWL(Quality of Working Life) 밸리 조성’이다. 조 이사장은 “산단이 일터이면서 배움터, 즐김터가 되는, 한마디로 입주기업 근로자의 삶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좋은 인력이 들어오고 산단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단공은 2013년까지 시화·남동·구미·익산 등 4개 시범단지에 1조2600억원을 투입해 복지·편익시설을 늘리고 교통 등 기반시설 확충 및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 23일부터 경기도 시흥산단에 근로자 출퇴근 편의를 위해 산단 내 셔틀버스를 개통한 것도 QWL 밸리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그는 “각 산단의 상황에 맞게 단계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 같은 산단공 역할 수행을 위해 이달 초 조직개편을 일부 단행했다. 대형 투자사업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재무구조 안정화 방안을 추진하는 ‘지속성장 경영추진단’이 설치됐다. 단장은 조 이사장이 직접 맡는다. ‘QWL 밸리 조성 사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관련 업무를 일원화했고, 한국형 산단 모델의 해외 수출과 각국 산단 간 협력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팀을 새로 만들었다. 조 이사장은 “산단공의 비전에 대해 내부 소통을 충분히 하고 관련 용역도 마친 뒤 올 연말쯤 크게 조직을 개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단의 체질 변화는 산단공 혼자서 할 수가 없다”며 “민간 영역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기 투자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생각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게 산단에 대한 각종 규제 개선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조 이사장은 “산단공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산단 입주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대로 사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조석 이사장은

△1957년 전북 익산 출생 △81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및 행시 25회 합격 △98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2001∼2006년 산업자원부 총무과장, 원전사업기획단장, 생활산업국장 △2006∼2009년 지식경제부 산업정책심의관,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 △2011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7대)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