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비리 아닌 개인문제”… 게이트 비화 차단나서
입력 2011-09-26 21:30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이국철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놓기까지 닷새가 걸렸다. 그동안 청와대는 자체적으로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이 회장이 제2, 제3의 폭로 가능성을 시사한 터라 사전점검 차원에서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거론된 청와대 관련 인사들 위주로 확인해 봤는데 나온 게 없다. 폭로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까지도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가 26일 이런 자체조사 결과를 갖고 마침내 측근 비리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기자들과 만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성격을 권력형 비리가 아닌 ‘개인 문제’로 규정하는 설명을 이어갔다. 역대 정권 4년차에 어김없이 발생해 레임덕을 불러온 ‘게이트’로 비화되는 것만큼은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의 첫마디는 “좀 괴롭다”였다. “박태규(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사건도, 이국철 사건도 괴롭다. 김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억울한 게 있으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침묵이 가장 큰 발언”이라며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금품·향응 제공 주장은 적극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국철 사건은 지난 정부 시절 SLS중공업이 신아조선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분식회계를 떠안아 문제가 시작됐고 그로 인해 검찰 수사를 당했으며, 그 와중에 회사가 날아가 억울하다는 게 큰 줄거리”라며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고 거듭 해명했다.
또 신 전 차관 의혹에 대해선 “그분이 청와대에 해명하고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신 전 차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없어 청와대가 진위를 확인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신 전 차관 의혹이)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개인 문제’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직기강 강화 조치가 이어지리란 것도 시사했다.
청와대의 이런 노력이 사건의 파장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전 수석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는 “별일 없을 것”이란 입장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체적 혐의 사실이 나왔다. 이 회장도 줄곧 “검찰에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 수사가 미온적일 경우 실제로 추가 폭로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