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렴 계약서’로 군납비리 없어질까
입력 2011-09-26 17:48
방위사업청 공무원 1700여명이 노대래 방위사업청장과 ‘청렴실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주내용은 금품이나 향응 수수 등 청렴 의무를 위반하면 스스로 사직하고, 어떤 처벌이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계약서는 이례적으로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방사청의 모든 직원이 업무를 투명하게 수행해 다시는 비리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언뜻 긍정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계약까지 체결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방사청은 군납 및 방산 비리를 막기 위해 2006년 출범했으나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깝게는 저질 건빵과 곰팡이 햄버거 납품비리 사건, 공업용 메탄올을 섞은 불량 소독약과 불량 군화 납품 파문 등이 있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엔 K-9 자주포와 K-2 흑표전차 등 K계열 국산 무기체계의 결함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사정이 이러니 방사청은 ‘방위비리청’이란 오명까지 들어야 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방사청 내부 조직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꼽을 수 있다. 민간인 출신의 노 청장이 지난 3월 취임한 이래 조직과 인사를 대대적으로 쇄신했지만, 부정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예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군납비리로 적발된 14개 업체와 8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을 다시 맺었다는 통계는 이를 방증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다. 내부 감시기구를 확대해 비리가 발생할 경우 감시기구 관계자도 함께 문책하는 방안 등 앞으로도 강도 높은 대책들을 두루 강구해야 한다.
군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문제가 많다. 방사청 올해 예산은 12조7000억원이다. 일부 군납 및 방산업체들은 군인 건강 나아가 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예산을 따내려 할 뿐 책임의식은 별로 없다. 정부는 퇴역자들을 채용해 방사청을 비롯해 군을 상대로 로비하는 데에만 혈안인 업체들에 대해선 제재를 한층 강화해 퇴출시키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