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수사 돌연 신중모드… 檢 “신재민 소환 계획없다”

입력 2011-09-26 18:23

검찰이 이국철(49) SLS그룹 회장 수사에 대해 신중모드로 급선회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이 회장이 폭로한 내용과 관련, “수사 측면에서 볼 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소환할 계획이 없으며 이 회장 재소환 여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의) 회견 내용을 봐도 아직도 (신 전 차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처럼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은 신 차관 등에게 건네진 돈의 대가성 입증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일방적으로 돈을 건넸다는 발언 외에 뒷받침할 자료나 증거가 없어 신 전 차관 등을 소환하기에는 무리라는 내부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이 회장 스스로 “(신 차관에게)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게 아니다”고 진술하는 데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일본 출장 시 수백만원대 향응을 제공했다는 진술도 현재로선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단순 의혹 규명 차원에서 선뜻 수사를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실무적으로 물증이 제시되지 않으면 범죄 혐의점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폭로가 사실상 공개 제보인데, 발언만 가지고는 법원에서 계좌추적 영장 등을 발부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청와대가 이 회장과 현 정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처음 밝히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사전에 청와대와 검찰수사의 수위를 조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이 회장을 전격 소환했을 때만 해도 재소환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 전 차관 등과 관련한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받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더 이상 수사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도 신 전 차관이 썼다는 법인카드 내역 등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개하거나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박 전 차관 등에 대한 접대 기록도 일본법인 관계자에게서 받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취지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 회장이 앞으로 얼마만큼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검찰의 수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25일 국민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기를 특정하진 않은 채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인카드 명세서 등 자료를 조만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