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소년 ‘권오복’ 佛 상원의원 되다… 플라세, 아시아계 첫 당선

입력 2011-09-26 21:40

36년 전 프랑스로 입양됐던 한국 소년이 프랑스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프랑스에서 한국계 상원의원은 처음이다. 아시아계로서도 처음이다.

프랑스 녹색당 사무부총장직을 맡고 있는 장 뱅상 플라세(43)가 25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에손 지방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고 르몽드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플라세 당선자는 한 고아원에서 자라다 75년 프랑스로 입양됐다. 입양 당시 한국 이름은 권오복으로 알려졌다.

플라세는 부유한 입양 부모의 ‘프랑스식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뒤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금융기업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고 르피가로는 보도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회계사가 됐으며 93년 좌익 급진당(PRG)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1년 녹색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녹색당 2인자인 사무부총장이자 일드프랑스 지방의회 의원으로 교통담당 부의장직을 수행해 왔다.

최근 플라세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자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한 중진 의원이 그를 “우리 한국인”이라고 부르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플라세는 당선 소감을 통해 “녹색당 후보 10명이 상원에 진출하는 등 좌파가 전국적으로 선전해 많은 의석을 확보한 데 대해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지난해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한국에서 찬물에 세수하는 공동생활 공간에 살았다는 기억만 가지고 있다”고 회고한 바 있다. 프랑스 공항에 내렸을 때 그의 손에는 옷 몇 벌과 성경 한 권이 든 가방이 전부였다.

그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양부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보수 성향의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그는 3남매와 함께 성장했다. 양부모는 그가 한국어를 잊어가자 한국인 보모를 들일 정도로 그에게 신경을 썼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 인생의 일부분과 화해를 시작하겠다”며 “한국에 대해 관심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또 “가보지 못한 서울에 가고 싶다. 고아원을 다시 가보고, 낳아주신 부모님도 만나고 싶다”며 다음 달 26일 방한 계획을 밝혔다. 플라세 당선자는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회기부터 6년 임기의 상원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