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연고전
입력 2011-09-26 17:45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올해 고연전이 끝났다. 올해는 연세대가 대회를 주최했기 때문에 상대 학교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는 전통에 따라 정식명칭은 2011 정기 고연전이라고 한다. 양측 모두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고대 출신들은 약국에 가서도 연고 달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연고전의 시작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2월 제1회 연희전문·보성전문 졸업생(OB)의 축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OB들의 농구시합이 잇따라 열렸고 다음해인 46년 5월에는 두 학교 현역 선수들의 축구가, 10월에는 축구와 농구대회가 열리면서 정기 대항전으로 발전했다. 한때 주요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부분 두 학교 소속이라 연고전은 양교 출신만이 아닌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명문 대학끼리의 스포츠를 통한 경쟁은 영국과 일본에도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은 해마다 런던 템스강에서 조정경기를 벌인다. 1829년 시작된 두 학교의 경쟁은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있다. 지구력이 요구되는 요트를 통해 젊은이들이 체력을 키우고 협동심을 배우는 것이다.
일본의 사학명문 게이오대학과 와세다대학의 ‘게소전(慶早戰)’도 널리 알려져 있다. 게소전이 열리는 기간 동안 두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은 자기 팀을 응원하며 일체감을 키운다. 두 학교 졸업생들은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남다른 애교심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고 한다.
이처럼 운동경기를 통해 집단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단합을 도모한 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라이벌로 볼 수도 있다. 젊은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며 경쟁하다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애교심과 협동심을 살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젊음의 열기가 지나쳐 경기 후 뒤풀이로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적이 있긴 하지만 연고전은 나름대로 대학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대회를 통해 수많은 스타와 라이벌이 생기기도 했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야구의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농구스타 김현준과 이충희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라이벌은 전의를 불태우게 만들어 스스로를 담금질하게 한다. 프로야구 홈런왕 경쟁을 펼치는 최형우와 이대호,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호날두와 메시가 바로 주인공들이다. 두 학교의 선전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