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신청

입력 2011-09-24 00:38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정식 회원국 승인을 신청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3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승인 신청안을 제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팔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팔 국경 긴장 고조=이스라엘은 이날 ‘그린 라인(Green Line)’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에 경찰 2만2000명을 배치하면서 최고 경계태세를 발령했다. 그린라인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등을 점령하기 이전의 국경을 말한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정식 회원국 승인 신청에 따른 국경지역에서의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키 로젠펠드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은 “질서 유지를 위해 전국에 2만2000명의 경찰들이 적어도 24일 밤까지 근무하도록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인근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남성 1명이 이스라엘군이 쏜 실탄에 사망했다. 병원 의료진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인 3명도 이스라엘군이 쏜 고무 총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한편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압바스 수반이 유엔의 194번째 회원국 승인 신청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수도에 해당하는 라말라 시내 중심가에는 대형스크린이 설치돼 압바스 수반이 회원국 승인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표결 언제 할지는 미지수=팔레스타인이 정식 회원국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팔레스타인 스스로도 표결을 서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고위 협상대표는 “안보리 회원국들에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의 이러한 행보는 앞으로 있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 방침으로 정식 회원국 지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식 회원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은 차선책으로 유엔 총회에서 ‘표결권 없는 옵서버 국가(state)’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총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으면 ‘표결권 없는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로 지위가 격상된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과 같은 지위가 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국가 지위를 얻으면 유엔에 소속된 국제기구 회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도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